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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Feb 01. 2023

[겨울/우정여행] 제주도 여행 3일차_예쁜 하루

김창열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비 독채민박

1. 탐모라 조식뷔페


매일 운영  07:00-14:00
   투숙객  07:00-10:00, 09:30 라스트 오더
외부고객  10:00-14:00, 13:30 라스트 오더   


오늘은 정든 더본호텔을 떠나는 날.

그래서 떠나기 전에 가성비 좋은 더본호텔의 조식 뷔페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원래 처음 더본호텔이 생겼을 때에는 인당 조식이 9,900원이었다는데 지금은 물가가 올라 호텔 투숙객은 인당 12,000원, 외부인은 성인 기준 15,000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탐모라는 더본 호텔 1층에 널찍하게 마련이 되어있고,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다.

우리는 아침 7시 반쯤 갔었는데 역시 창가자리는 이미 만석. 부지런한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널찍했으며, 사람이 많아도 정신없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그만큼 회전율이 적절하게 잘 돌아갔고,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았으나 알차고 실속 있는 음식들로만 채워졌다. 사실 오늘 아침 탐모라에서 다 먹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아침 입맛이 돌지 않아서 쌀국수와 샐러드, 빵만 먹었다.

탐모라 인기메뉴 쌀국수. 고추를 너무 많이 퍼와서 아침부터 눈물 콧물 쏟았다.

옹골차게 먹은 샐러드와 수프, 모닝 토스트






다 먹고 호텔로 올라가 채비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은 지금까지 제주 여행하면서 가장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외부보다는 실내 활동을 할 수 있는 미술관 위주로 코스를 짜 보았다. 재작년 제주도 여행할 때 홀로 들렀던 저지예술인마을에 있는 김창열 미술관과 제주 현대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나도 그때 월요일이라 모든 곳이 휴관이라 주변만 한 바퀴 돌다 갔는데 공교롭게 조민도 여기에 들렀을 때 월요일이라 허탕을 쳤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도 유유상종인지...  날씨가 좋지 않은 오늘이 화요일이라 참 다행이다 :)



2.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화~일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사이트(클릭)


다시 와도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참 좋구나.

두 번 다 겨울에 와서 약간은 스산한데 꽃피는 봄이나 쨍쨍한 여름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다.

무슨 일인지 매 해 제주는 겨울에만 오게 된다.

아직까지도 가을 제주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가을의 제주도 궁금하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자연 예술품과 같은 마을인데 굉장히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마을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분명히 아까는 제주현대미술관 입구로 들어갔는데 걷다 보면 다른 예술가 작업실과 전시관으로 이어지고 더 걷다 보면 김창열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등 마을 전체가 미술관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단독 주택 하나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오늘은 갑자기 우박이 내리더니 눈이 와서 날씨가 좋지 않아 마을 전체를 크게 돌아보진 못하고 바로 김창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일 평생 수십만 개의 물방울을 그린 남자 '김창열'

김창열(金昌烈, Kim Tschang-Yeul, 1929년 12월 24일 ~ 2021년 1월 5일) 초기에는 추상화 위주였으나 1972년부터 물방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물방울 작가'라고 불리기 시작하였다.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대한민국 내 및 해외 미술계에서도 미학적 논의와 관심을 불러일으켜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백남준, 이우환 등과 더불어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 컬렉션 되어 있으며 더욱이 그가 활동하였던 프랑스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로 기록되고 있다.


근 40년에 걸쳐 작업해 온 김창열의 물방울 작업은 하나의 물방울이 캔버스를 점하고 있는 작품에서부터 캔버스 전면을 물방울이 메운 작품, 이제 막 맺힌 영롱한 물방울에서 금방이라도 밑으로 흘러내리거나 표면으로 스며들 물방울 작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다양한 형태의 물방울 작품에 붙인 알쏭달쏭한 제목들과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떨어지는 물방울
무리지은 물방울
침입하는 물방울
유교적 물방울

가장 알쏭달쏭했던 제목의 물방울이다.

유교적 물방울이라니... 이 캔버스와 문자. 그리고 물방울의 어떤 배열과 감도, 배치와 개수, 물방울의 흐름이 어디가 어떻게 유교적인 걸까? 가깝지 않으면서도 멀지 않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관조하는 듯한 태도일까? 애당초 유교적인 게 무엇일까?


90년대 이후 그의 작품 세계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자문을 배경으로 한 물방울 작품들은 좀 더 동양적이면서도 신비롭다.  

물방울들은 천자문 사이사이 혹은 천자문 위를 투명하게 구르며 활자를 확대하기도, 반사하기도 하며 거꾸로 활자가 물방울에 새로운 조형성을 주는 등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3. 제주 현대 미술관


화~일요일 10:00 - 18: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2022년 2월쯤?  홀로 제주도에 와서 들렀던 현대미술관에 얽힌 또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나는 작년 이곳에서 엄청나게 큰 고라니 두 마리를 보았다.

단순히 보았다고 하면 뭔가 억울하다. 이 넓디넓은 미술관에 그것도 휴무일이라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안 그래도 조금 스산한 분위기에 잔뜩 긴장하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엄청난 크기의 고라니 두 마리가 나에게로 맹렬히 돌진해 왔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얼어붙어버린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이 길 한가운데에 서 있던 나는 너무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리도 못 지른 채 그냥 가만히 숨도 쉬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물론 고라니는 나에게로 뛰어올 생각은 아니었고 두 마리가 서로 추격전을 하는지 잡기 놀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생경한 생명체의 크기와 맹렬한 속도 앞에 덜컥 겁을 집어먹는 나약한 인간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은 어디서 고라니가 안 나타나는지 두리번두리번.


지금 제주현대미술관은 2022.11.16 ~ 2023.2.12까지 제3회 제주비엔날레 상시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주제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으로 인류세, 자본세 등 새로운 지질학적 개념이 제기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찾는 데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첫 기획 전시실부터 등장하는 세련된 형식의 움직이는 빛과 산란하는 먼지를 투과하는 형상으로 서서히 담배연기처럼 오염되어 가는 지구의 대기와 기후 위기의 경각심을 불어 일으킨다.


투박하지만 우리의 안일한 일상에 경고의 메세지를 주는 작품들.

아직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살아 숨 쉬는 제주에서 이런 전시를 보니 이곳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흐르고, 숨 쉬는 상호 공존의 윤리와 자연의 순환성, 물질적 생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부르짖음이 작품 속에서 느껴졌다.

혹독한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이제는 전염병이 다가 아닐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와 전염병과 그간 인류가 저질러온 지구에 대한 만행의 결과가 한꺼번에 후폭풍으로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미룰 수 없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일이 된 현실의 위기이다.






4. 문화예술공공수장고 - 김보희:The Days 


현대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공공수장고에서는 미디어아트 전을 한다. 현대미술관 입장권을 끊으면 지금은 비엔날레 시즌이라 주변 미술관을 하나의 티켓으로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현대미술관에 문의.

입장시간: 09:20 - 17:20
상영시간: 09:20 - 17:20까지 20분 간격 총 25회
1회 상영 시 25명 인원 제한


현대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공공수장고에서는 미디어아트 전을 한다.

현대미술관 입장권을 끊으면 지금은 비엔날레 시즌이라 주변 미술관을 하나의 티켓으로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현대미술관에 문의.


제주도에 와서 두 번째로 본 말들

수장고 옆에 그냥 놓아기르는 말들이 이국적이다.


"인간 이전, 태초의 자연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주제로 김보희 작가의 대표작 <The Days>를 모티브로 한 실감 미디어 콘텐츠를 경험했다.

전혀 아무런 사전 배경 지식이나 정보 없이 시간이 남아 그냥 들러본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했다.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 속에 던져진 것 같았다. 벽면과 바닥, 천장 모두 미디어 아트로 채워졌는데 사방이 거울이라 엄청난 공간감을 느꼈다. 그리고 바닥에는 발로 꽃씨를 밟으면 꽃이 피는 재미있는 스마트 터치 기능도 내장되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바다를 덮는 빛, 고요한 그날 오후, 생동하는 초록의 밤

세 파트를 구성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태초의 자연에서 하루를 보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5. 스타벅스 협재


아침부터 너무 달렸더니 당이 떨어진다.

또 점심 먹을 곳을 물색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타임으로 스타벅스 협재에 들렀다.

스타벅스에 왔으니 제주에서만 판매하는 아이템을 먹어봐야겠지?

우리가 선택한 제주 땅콩 생크림 롤과 아메리카노.

와우!! 왜 맛있는 건 다 제주에만 있는 거야 ㅠㅠ

육지에서도 팔아줘 제발

고소한 땅콩 크림이 샌드 된 롤이 촉촉하고 너무 고소했다. 또 먹고 싶다.



6. 둘레길



이제는 비바람이 몰아친다. 정말 다이나믹한 제주의 날씨가 아닐 수 없다.

주변에서 평이 나름 좋은 양식집을 한 군데 찾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느끼해서 이곳은 추천하기 조금...

다른 분들의 블로그 후기는 매우 좋았으나 우리의 입맛에는 너무 헤비 했던 걸로...

나름 입구는 인스타 스타일로 기대를 가득 안고 들어섰다.
오늘도 바닷가뷰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매콤크림파스타와 흑돼지가츠산도







7. 서쪽가게 빈티지샵


그리고 사실 협재에 오면 꼭 들려봐야 한다는 빈티지 샵도 빼놓지 않았다.

외관부터 예전 플레디스 사옥을 방불케 하는 높은 아치형의 계단과 삼각형 구조의 건물

나무로 계단 아래쪽에 간판을 놓은 것도 꽤나 특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니 세상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 테가 물씬 풍기는 찐 빈티지 샵.

그리고 내가 관심 있었던 주얼리가 1층부터 진열되어 있어서 한참을 이리 보고 저리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각양각색의 빈티지 소품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굳이 사지 않아도 누군가는 예쁜 쓰레기 모음집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도 이런 공간을 꾸미기 위해 밀크티 병을 모아놓고 버리지 못하고 있다구!

2층은 더욱 놀랍다. 1층보다 더 넓은 규모에 조민이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주방 용품들과 식기, 찻잔들.

그런데 생각보다 파는 물건보다 전시용 물건이 더 많았다.


여기는 올라갈 때마다 더 퀄리티가 높아진다. 3층은 더욱더 놀라운 곳이었는데 이곳에 들어 찬 물건과 인테리어 가격만 해도 수천만 원은 들었을 법 싶은 고가의 물건과 가구들이 무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화장실인지 욕실인지 모를 곳도 이렇게나 자연스럽고 예쁘게 전시장으로 꾸며두었다.

자동 셀카를 부르는 공간

수많은 인센스들과 향초, 향수, 디퓨저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때는 너무 물건이 많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원석 디퓨터 홀더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사 올걸... 싶다.

다양한 도기들과 고사리류임에 분명한 정체 불문의 식물 화분

오리엔탈의 극치를 보여주는 3층까지 야무지게 구경만 하고 지갑은 지켰다.

생각보다 살 물건은 많지 않았다.




8. 제주비 부띠크 독채 민박



드디어 다음 숙소로 도착했다.

사실 더본호텔은 경험을 위한 선택이었고, 이 독채 민박은 비로소 우리의 힐링 여행의 정점을 찍을 제대로 된 숙소였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아 보였는데 가격대도 나쁘지 않아서(요즘 이런 독채 민박은 보통 하루에 30만 원 정도 육박한다) 바로 예약 신청을 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내가 갖고 싶은 제주의 별장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담장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예쁜 정원과 잘 정돈된 귤나무가 벌써 나의 기대감을 미친 듯이 상승시킨다.


키가 엄청나게 크신 주인 부부 내외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가 안내받은 숙소는 그 이름도 귀여운 앨리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 선 순간 짜잔!!  

우리는 직감했다. 이 테이블을 보며...

우리는 이제 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질 못하겠구나...

오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하며 창 밖 뷰에 호들갑을 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담하지만 깨끗한 침구와 바닥, 타일, 주방용품과 가전기기, 화장실 어메니티까지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이 완벽, 깔끔, 센스 그 자체였다. 숙소에서부터 벌써 힐링이 된다.

드롱기와 네스프레소는 기본, 다이슨 드라이어기, 욕실 제품은 모두 이솝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이 창가 앞에서 사진을 백장은 찍은 것 같다.

날씨가 추워서 숙소 앞 저 벤치에서 노닥거리며 간식을 먹진 못했지만 언젠가 따뜻한 날 다시 오고 싶다.

오렌지색 귤나무와 빨간 대문이 참 조화롭다. 생동감을 주는 색깔들.

스트레스와 그간의 피로가 색채만으로도 날아간다.

커피도 이렇게 둘이 내려먹고, 저녁은 간단히 편의점에서 사 와서 먹기로 한다.

9. 저녁식사

조촐하게 컵라면과 맥주로 마무리 한 3일차.

이렇게 사진들을 모아 놓고 보니 오늘은 예쁜 것들만 모아 둔 하루 같다.

그야말로 예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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