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대에게

스트레스를 벌지 않았으면 합니다.

by 고펭

고백하건대, 나는 자발적인 흡연자이자 동시에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비흡연자다. 누군가는 말장난이라 하겠지만, 나에게 담배는 중독의 쇠사슬이 아니라 내 의지를 확인하는 아주 사소한 도구일 뿐이다.

나의 흡연사는 고등학교 1학년, 호기심이 두려움을 앞질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변 환경은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쉬웠고, 겁 없던 나는 친구들을 따라 연기를 들이마셨다. 하지만 첫 기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을 흉내 낸 어설픈 '멋'이었을 뿐, 내 몸이 원한 건 아니었으니까. 결국 두어 달 만에 선생님께 호되게 걸려 혼쭐이 난 뒤, 담배는 내 일상에서 깨끗이 로그아웃되었다. 부모님은 꿈에도 모르셨겠지만, 뜬금없이 중학교 1학년이던 동생에게 라이터를 들켰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동생은 형의 주머니에서 나온 그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양이다.

진짜 흡연의 시작은 스무 살, 성인의 자유와 함께 찾아왔다. 중,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같은 곳으로 진학하게 된 단짝 친구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습관처럼 붙어 다니던 녀석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도 홀린 듯 "나도 한 대 줘"라고 말했고, 그 한마디로 나는 흡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에도 니코틴의 유혹이라기보다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관계 지향적 흡연이었다.


그렇게 군복무도 마치고 20대가 흘러가던 중, 부모님께 덜미를 잡힌 건 정말 드라마 같은 우연이었다. 동네 카페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강렬하게 스쳤다. 묘한 텔레파시였을까. 바로 그 타이밍에 길을 지나던 엄마가 내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날 저녁 긴급 가족회의가 소집되었고, "성인이니 잘못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끊어라"는 권유로 일단락됐다. 어디서 배웠느냐는 추궁에는 일찍 다녀온 군대 핑계를 댔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대는 모든 변명이 허용되는 마법의 단어니까.


복학 후, 나는 또 한 번 쉽게 담배를 놓았다. 내게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기보다 선후배들과 어울리기 위한 '대화의 입장권'이었는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굳이 손을 뻗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중반, 동아리 단체 생활과 취업 준비의 스트레스가 휘몰아치자 담배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어느새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쥐고 있었다.

이때부터 비로소 '습관'으로서의 흡연이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건, 주변에서 나를 여전히 비흡연자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내가 예전에 끊은 줄 아셨고, 동료들도 나에게 담배 냄새가 나면 "PC방이나 술집에서 냄새가 배어왔겠거니" 하고 넘겼다. PC방 자리마다 재떨이가 놓여 자욱한 연기 속에 파묻혀 있던 2010년대였기에 가능한 오해였다.


진정한 전환점은 연애를 시작하며 다시 금연을 시도했을 때 찾아왔다. 그때 나는 인간 욕구의 아주 중요한 메커니즘을 깨달았다.

우리는 보통 '끊어야지'라는 결심과 동시에 스스로를 통제하려 든다. 하지만 손바닥이 있으면 손등이 있고, 들숨이 있으면 날숨이 있듯, 억누르면 튀어 오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심보, 즉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이 금연을 실패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이걸 깨달은 후 나는 생각의 주파수를 비틀어보기로 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대신, 허용의 범위를 넓혀 통제권을 내가 쥐는 것이다.

내가 바꾸게 된 생각의 주파수는,

금연할 때는 "난 언제든지 담배를 피울 수 있다"라고 되뇌고,

흡연할 때는 "난 언제든지 담배를 그만 피울 수 있다"라고 자각한다.

내가 '못' 피우는 게 아니라 '안' 피우는 것이라 정의하는 순간,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덕분에 나는 몇 개월씩 피우다가도 몇 년을 안 피우고, 다시 피우고 싶으면 피우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흡연자일지 모르나, 나는 담배라는 물질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스스로 를 정의한다.


지금은 금연 중이긴 한데 언제든 당당하게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지정된 공간에서 에티켓을 지키며 "이 좋은 걸 왜 안 피나, 하하하"라며 즐겁게 한 대를 태우고 싶은 생각도 종종 들긴 한다.

가장 어리석은 짓은 담배를 입에 물고 '아, 끊어야 하는데...'라고 자책하는 것이다. 죄책감과 연기를 함께 들이마시는 건 몸에도, 정신에도 최악의 행위이지 않을까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무조건 참겠다는 다짐 이전에, '언제든 내가 멈출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부터 가져보길 바란다.

피울 때는 기쁘게 피우고, 멈출 때는 쿨하게 멈출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담배라는 작은 막대기를 대하는 방식이자,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가 쥐는 나만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렇게 글로써 널리 알려본다.


ps. 흡연은 여름보다 겨울이죠? 연기와 입김의 조화란,,ㅎㅎ

ps. 정말 금연을 원하신다면, 손에 있는 담배부터 버려야 합니다. '이번 갑까지만 피고 그만 사야지, 그만 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끊어내기 쉽지 않아요,,ㅠㅠ

ps. 2026년 새해, 흡연자들의 금연 도전을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