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루틴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나
요즘은 규칙적으로 지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처음부터 부지런했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나의 주특기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기였다.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잤다,
왜 그렇게 잠이 오던지.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건 '그렇게 많이 잔 덕에 키카 컸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
Anyway,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빗대어보자면,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극P' 유형이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계획? NO! 그냥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것'이었다.
20대가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했던지, 당시에 나 스스로에게 반박불가 절대무적 이론이었다.
공부 빼고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가져보려 노력했다.
놀러가는 것도 아침에 평범하게 집을 나섰다가도 갑자기 오후에 전화로 "제주도 간다", "일본 간다" 통보하고 떠나는 여행은 예삿일이었고,
밴드 활동부터 각종 아르바이트, 그리고 연애까지. 그야말로 본능과 즉흥이 이끄는 대로 20대를 꽉 채워 보냈다.
그런 내가 변하기 시작한 건 20대 끝자락,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수험생의 길로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즉흥적인 삶에 익숙했던 내게 수험생활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실패를 경험하고 2년 차에 접어들며 변화가 생겼다.
깨어있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수면의 질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두뇌 회전을 위해 몸을 깨우는 법도 고민했다.
새벽 기상과 취침 시간 엄수는 기본이었다.
수면 단위를 계산하고 식사와 운동까지, 하루의 아주 사소한 행동까지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딱 3개월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고, 그렇게 시작된 루틴은 어느덧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삶의 단단한 뼈대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현재의 삶에 맞춘 루틴들을 수행한다.
- 여유로운 하루 시작을 위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기
- 체력을 위해 매일 적당한 운동하기
- 오후 6시 이후 가능한 금식
- 집에 오자마자 청소와 샤워 마치기
누군가는 이 리스트를 보며 대단하다고 하지만, 나에겐 이미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이런 생활 습관을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부러워하기도 하고 비결을 묻기도 한다.
본인들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렇게 대답한다.
"법처럼 지키는 건 아니에요, 하기 싫으면 그 날은 안 지켜요 ^^ 그럼에도 지키고자 할 땐 결과를 끌어당겨옵니다.
아침 일찍 움직였을 때 오는 여유, 운동 마치고 난 뒤의 짜릿함, 저녁 늦게 먹지 않아 편안한 속, 샤워 마친 뒤의 개운함까지.
전 이렇게 하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나는 마음속으로 가만히 이런 질문도 종종 나 자신에게 던져보곤 한다.
'나는 자유의지에 따라 루틴들을 지키는 것이지? 그럼 스스로 칭찬도 하나? 오늘 하루 잘 보냈다는 안도감을 가지긴 하나? 잘 살아보려고 더 발버둥치기만 하는 건가?'
그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어 나를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만약 '잘 자기 위해' 버틴 하루라면 그날은 나를 소모한 것이고, '잘 살기 위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드는 것이라면 그 잠은 내일을 위한 소중한 투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루틴이 몸에 밴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 사이에서 고민한다.
다만 분명한 건, 루틴이 나를 가두는 속박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봤던 한 영상에서 개그맨 김영철님이 한 말이 와닿았다. "행복하려면 불편한 것들을 해내면 된다." 참 공감 가는 말이었다.
행복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그 행복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모범답안'은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답안지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변형하고 적용할 때, 그것은 비로소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내가 루틴을 유지하는 가장 큰 전제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자발성이다.
'하기 싫으면 안해'라고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 내 강점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 하는 것이든 창조한 것이든, 내가 주체가 되어 움직일 때 루틴은 비로소 행복의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우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오늘 참 잘 살았다, 감사하자"는 안도감과 함께 잠들고 싶다.
거창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내가 선택한 기분 좋은 불편함들이 모여 결국 나의 진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s. 글을 적다보니,,, '이래서 시험에 불합격 한 것이었나,,'란 생각이,,, ㅠㅠㅋㅋ
ps. 하루를 보내는 전체 루틴이 아니더라도 정말 이거 하나만큼은! 이라고 하는 루틴 한 가지가 있나요?
ps.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
ps. 사실,,,,루틴 같은 거 없어도, 불편한 거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의 속도가 아닌 각자 페이스에 맞춰 나아가는 것이죠,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