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나'는 정말 쉴 줄 아는가 [2부]

휘청거리는 몸으로 배운 '지속 가능한 돌파'

by 고펭

20대의 끝자락, 30대를 맞이하며,

나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교사의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수년간의 고시 생활 끝에 마주한 실패는 쓰라렸지만,

그걸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현장으로 밀어 넣었다.


지인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식당 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분야였지만,

나는 뭐든 잘한다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시작하게 되었다.


생생한 주방의 열기는 지독했다.

나는 주방부터 홀까지 단기간에 모든 일을 흡수해 나갔다.

중국식 웍 7개를 동시에 돌리며 주문을 쳐내는 일상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웍의 무게와 불의 열기가 몸을 옥죄었지만,

나는 ‘하면 된다’는 무식한 신념으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갈아 넣기 시작했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강행군이 1년, 2년 이어졌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갈아 넣은 만큼 식당을 찾아주는 손님은 늘어갔고 인지도도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0대 때 면역체계가 무너졌던 경고를 잊은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2년 사이 몸무게가 15kg 이상 빠져나갔다.

지금의 건강한 모습과 비교하면 무려 20kg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내 몸은 메말라가고 있었다.

어느 날은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땅이 흔들리고 몸이 휘청거렸다.


뇌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였을 수 있었는데 계속 이겨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아들의 초췌한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님이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약을 지어 오셨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돌볼 줄 모르는 ‘쉼의 문맹’이었던 셈이다.

그 무렵, 나를 흔든 것은 한 스님의 짧은 질문이었다.

평소 좋은 가르침을 주시던 스님께서 내 안색을 살피더니 툭 던지셨다.


“일을 잘하는 것처럼, 쉬는 것도 잘하는가? 스스로 쉬는 방법은 알고 있나?"


​처음에는 그저 ‘쉬는 게 쉬는 거지’라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문은 내 머릿속에서 거대한 화두가 되어 커져갔다.


나는 언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니 나는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쉼조차 일처럼, 혹은 해내야 할 과제처럼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대에는 젊음이라는 밑천으로 버텼지만,

30대에도 이런 식으로 몸을 억누르며 돌파하는 것은 나 자신을 파괴하는 일임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당시의 환경으로부터 도망치게 되었다.

'살기 위해'


여전히 나는 현장에서 뜨겁게 일하며 나를 갈아 넣 있지만, 이제는 나만의 '능동적인 쉼'을 설계한다.

예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

바로 나만의 ‘방어선’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쉬기 위해 일의 여유를 번다는 말이 웃기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취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평소 업무를 2%씩 미리 당겨 처리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내 쉼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나에게 '쉼'이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운동하기, 독서 모임하기, 숨쉬기 등등)

운동은 짧고 굵게 홈트레이닝으로 하는데 푸시업과 스쿼트로 근육에 짜릿한 자극을 줄 때 건강과 함께 쉼에 대해 느끼고,

독서 모임은 다양한 분들과 세상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편한 시간을 보낼 때 쉼에 대해 느낀다.

나는‘제대로 살기 위해 쉬고 있음’을 느낀다.


​결국 쉬어야 다음을 갈 수 있다.

적절히 움직였다면 적당히 쉬어주는 것,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과를 내는 능력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읽고 능숙하게 쉴 줄 아는 조절력까지 포함한다.


​죽음과 하이파이브를 했던 20대와,

휘청거리는 몸으로 웍을 돌렸던 30대를 지나며

나는 배웠다. 진정한 돌파는 쉼이라는 정비 시간을 통과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사색하며 기록한다.

다시 망설임 없이 현실에 부딪히기 위해,

나는 오늘 기꺼이 잘 쉬기로 한다.


ps. 매월 첫 주 토요일 1편씩 업로드하는 규칙이 있지만, 이번엔 2편을 함께 업로드했습니다. 왜냐하면,,,드라마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음 편을 기다리는 건 설렘도 있지만 그것보다 지금 당장이 더 좋으니까요! ㅎㅎㅎ

ps. 이제 이렇게 글을 적는 것도 저에겐 '쉼' 이 되어가고 있네요 :)

ps. 오늘은 나의 '쉼'은 무엇인가 적어보심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