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늘 지금에 있다

by 야옹이


몸은 과거에 갇히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때를 해석하는 방식에 갇히는 건, 꽤 흔한 일이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상처가
지금도 여전히 감정의 파동으로 남아 있다는 건,
그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붙어 있는 의미가 아직 놓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억은 시간 속에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언제나 지금 안에서 재생된다.
어떤 표정 하나,
어떤 말투 하나가
그 장면을 다시 꺼내오고,
우리는 오늘이라는 피부 속에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겪는다.

기억이 문제인 건 아니다.
지금의 내가
그 기억을 어떻게 들고 있는가가 더 본질에 가깝다.

때로는,
지금의 감정이 현재의 일이 아니라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에서 불쑥 올라온 것임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그럴 때는
이걸 왜 아직도 못 넘었을까 자책하기보다,
그 감정을 일으킨 원천과 내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 보는 편이 낫다.

거리를 조정하는 건, 회피가 아니라 선택이다.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과의 거리를 정리할 수 있을 때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틈이 생긴다.

기억은 바꿀 수 없지만,
기억을 품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해석이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된다.

이제야
감정이라는 것도 하나의 구조였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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