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용기와 함께 걷기

by 야옹이


회피는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조금만 실수가 드러나도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완벽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상처받을까 두려워 움츠린 마음이 숨어 있다.

완벽주의는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다.
잘하지 못하는 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미뤄둔 일과 미완의 흔적들이 쌓이면서
시간은 점점 내 편을 잃어간다.

회피의 굴레 속에서 사람은 두 가지 감정을 오가게 된다.
멈추면 자기비난이, 움직이면 두려움이 찾아온다.
결국 나는 두려움을 피하려다 자기비난에 빠지고,
자기비난을 피하려다 다시 회피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원을 맴도는 것처럼.

그러나 이 굴레에도 작은 틈은 있다.
그 틈은 거창한 결심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늘은 다섯 줄만 써보자.”
“열 분만 집중해보자.”
작은 행동이 마음속에 씨앗처럼 심긴다.

그 씨앗은 금세 큰 나무로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불완전한 시도 속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있다.’
그 깨달음 하나가 회피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낸다.
비록 서툴고 흔들려도,
그 씨앗은 언젠가 나를 지탱하는 나무가 된다.

완벽한 도약이 아닌 불완전한 시도가 우리를 구한다.
회피와 자기비난이 아무리 강해도,
작은 용기의 발걸음은 그 굴레를 끊어낼 힘을 가진다.
그러니 오늘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멈춰 선 자리에서 단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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