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bler,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사랑

by 야옹이


사랑한다는 건 언제나 부드럽고 다정한 얼굴만을 갖고 있지 않다.

어떤 순간엔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만큼 불편한 진실을 건네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Enabler라는 단어의 두 얼굴이 드러난다.

방조하는 Enabler는 상대의 불안을 덮어준다.

당장은 평화롭다.

치료를 미루자는 말을 받아주고,

술에 취해도 괜찮다며 웃어넘기고,

무책임을 대신 감당한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 가지 않는다.

상대는 책임을 배우지 못한 채 더 약해지고, 결국 나까지 무너져간다.

이것은 사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계의 붕괴를 늦추는 일일 뿐이다.

반대로 촉진하는 Enabler는 사랑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

내가 진료실에서 “이 치료는 꼭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단호히 말할 때,

환자는 순간 나를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강을 되찾고, 그때 비로소 진짜 고마움을 알게 된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나약함을 그대로 안아주는 대신, 자기 힘으로 서도록 밀어주는 것.

이 불편함 속에서만 성장의 씨앗이 움튼다.

진짜 사랑은 결국 상대를 편하게만 두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고,

그 진실을 통해 상대가 자기 힘으로 일어서도록 돕는 일이다.

순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갈등은 결국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가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주는 것은 방조인가, 아니면 촉진인가.

그 답변은 내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준다.

사랑은 달콤한 위로 속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다.

때로는 쓰디쓴 약처럼, 불편한 진실 속에서 가장 건강하게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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