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두려움에 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by 야옹이


우리는 설명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호출하면,
복잡한 감정들이 질서를 얻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말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트라우마가 분명 있을 거야.”


물론 과거가 현재를 만든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우리는 시간의 연속 위에 서 있고,
어떤 경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것을 인과율로 설명하려는 태도에 있다.
그 순간 이해는 깊어지기보다 오히려 진부해진다.


예를 들어
개에게 물린 적이 없어도
개를 무서워할 수 있다.


설명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타인의 공포를 보며 학습했을 수도 있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 대한 본능적 경계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냥 설명되지 않는 감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과거의 어느 장면을 끌어와
지금의 감정을 정당화하려 든다.
마치 원인이 없으면
감정은 존재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항상 논리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어떤 감정은 사건 없이도 태어나고,
어떤 두려움은 이유 없이도 유지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유를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느라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감정이 설명되어야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현재가
과거의 증거 제출을 요구받을 필요도 없다.


과거가 있어서 지금이 있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지금을 이해하기 위해
항상 과거를 소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냥 그렇다”는 문장이
가장 정직한 해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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