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사라지면 삶도 사라질까

by 야옹이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어차피 다 헤어지고,
어차피 다 끝나고,
어차피 죽음으로 향하는데
그럼 이 삶은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느냐고.


이 질문은 허무에서 나온 게 아니다.
너무 정직해서 나온 질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연인과 헤어진다.
가족과도 거리를 두게 된다.
친구와도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시간이 모든 관계를 유지해주지는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은 의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다 사라질 거라면
지금의 선택은 무슨 값어치가 있나.”


하지만 인생의 값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로 정해지지 않는다.


잠깐 머물렀던 관계가
한 사람의 태도를 바꾸기도 하고,
짧은 시기의 선택이
이후의 삶 전체를 결정하기도 한다.


영원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가치해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반대다.


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은 미루지 않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계산한다.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의 대화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함부로 하지 못하게 만든다.


자연은 늘 예고 없이 시작되고,
예고 없이 끝난다.
태어날 때도 그렇고,
죽을 때도 그렇다.


그 사이에 있는 삶은
설명서 없이 주어진 시간이다.


그래서 삶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선택을 감당하는 과정이 된다.


사람이 허무해지는 이유는
끝이 있어서가 아니다.
끝을 이유로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으려 할 때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삶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그 무게가
삶의 값이다.


언젠가 모두 헤어진다.
그건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관계는
대충 다뤄도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할 것이 된다.


이 점을 이해하는 순간,
삶은 공허해지지 않는다.
귀해진다.


의미는 남아 있기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사라질 걸 알면서도
계속 선택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게 우리가
끝을 아는 상태로도
계속 살아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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