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거울과 경계 사이에서
가족을 생각하면
종종 익숙함과 거북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
형제와 자매 사이에서는
닮았다는 말이 칭찬이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너는 엄마랑 똑 닮았어."
"아버지도 그랬잖아, 그러니까 너도..."
"우리 집 사람들은 다 원래 그래."
이런 말들 속에는
사랑과 이해라는 이름으로 감싸진
무언의 동일시 강요가 숨어 있을 때가 있다.
가족은 나를 설명하는 언어의 시작점이었고,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정체성의 일부였다.
그래서 그들과 닮아 있다는 건
어느 정도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그 닮음이 자유를 제한하는 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꼭 반항이 아니라,
‘나만의 나’를 갖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싶고,
나는 내 방식으로 사랑하고,
내 기준으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거리두기라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공간을 지키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부정하거나 거절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그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느껴볼 틈이 필요할 뿐이다.
진짜 성숙한 가족은
서로를 닮았다는 이유로 하나가 되려 하지 않는다.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동시에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는 관계가 된다.
그럴 때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연결된 사이가 된다.
비로소
"우리는 닮았지만,
그래서 더 조심히 대해야 하는 존재야."
라는 감정이 스며들고,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너와 같아질 필요는 없어."
라는 말이
상처가 아닌 위로로 들리기 시작한다.
가족 안에서 나를 찾는다는 건
그들과 같아지거나 달라지려는 싸움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닮았다는 말에 눌리지 않고,
다르다는 이유로 멀어지지 않으며,
그 둘 사이에서
서로를 어색하게 이해해가는 노력.
그게 어쩌면
진짜 가족의 관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