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미워하는 사이,가족

by 야옹이


우리는 흔히 좋은 가족을 떠올릴 때,
서로를 아끼고 지지하며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을 그린다.
책에서 보았던 장면처럼
함께 식탁에 앉아 웃고,
생일을 기억해주고,
힘들 땐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다.
가족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을 때가 많고,
우리가 가족에게 받는 감정은
사랑보다 서운함과 짜증, 참는 마음일 때도 많다는 걸.

좋은 가족이란,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보다
서로를 덜 미워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가족은 세상 누구보다 자주, 깊게 미워지는 존재다.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많은 기억을 공유하며,
서로의 약한 구석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까움이 때때로 무례함의 면허가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고,
쌓인 감정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묵은 감정으로 남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날카로운 말을 뱉고,
그 상처를 가장 오랫동안 가슴에 품게 되는 것.
그게 가족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가족을 좀처럼 놓지 못한다.

가족들과 오래 지내는 사람들은 안다.
좋은 가족이란,
모든 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그 상처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관계라는 것을.

그 노력은 때로 말을 줄이는 것이고,
예민한 날엔 거리를 두는 것이고,
중요한 날에 "기억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일이다.

그 사소한 조율이
미움으로 흘러갈 감정을 조금씩 비껴가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끊임없이 감정을 관리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이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쌓여,
상처 위에도 이해가 얹히고,
기억 속 날카로운 장면들 사이에
작은 웃음과 따뜻한 손길들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문득 이렇게 느끼게 된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분명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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