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으로 읽는 세계
6월 13일 시작된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긴장 수위가 낮아졌다.
중동 내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구축하며 맹주로서의 위엄을 떨치던 이란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하마스, 헤즈볼라는 무력해졌고 시리아의 아사드정권은 몰락했다.
이번 전쟁 때 이스라엘에게 방공망이 뚫리고 모사드에게 정보망이 뚫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언론이 이란을 종이호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의 방공망이 뚫린 점을 들어 "보이는 것보다 취약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나 또한 이란의 미래가 너무 좋지 않아 보였다.
외부적으로 무너지든가 약한 모습을 보여 내부적으로 무너지든가 둘 중 하나로 봤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발 물러나 바라보니 다른 그림이 보였다.
기본적으로 이란은 다음과 같은 강한 펀더멘탈의 소유자다.
1)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보유
2) 9000만이 넘는 인구, 넓은 국토
3) 카스피해, 아라비아해,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4) 높은 교육 수준, 특히 과학, 공학, 의학 분야 인재 많음
5) 강한 군사력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피해를 많이 입어 종이호랑이가 됐지만 이스라엘이 상당히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고, 미국이 사드와 이지스함을 동원해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을 함께 요격해 줬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과연 이란이 정말로 약한가?라고 반문해 볼 수 있다.
물론 공군력의 부재라는 이란의 약점이 잘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의 우수함 또한 드러났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자체생산 중이고 이란의 샤헤드드론은 러우전쟁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거기다 이란은 공화정이다.
신정체제라는 독특함을 지니긴 했지만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의 기억을 가진 나라고,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이는 주변 왕정국가들이 이란을 무서워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이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오히려 이란에게 길이 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한 명분으로 이란 본토를 때린 이스라엘과 미국 덕분에 중동 내에서의 이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라 이란이 외교고립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마지막은 미국이 장식하면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지만 어쨌든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의 우방인 줄 알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해준 게 없다.
뭐 중국의 비행기가 이란으로 향해 무기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B2 스텔스기까지 동원해 오면서 핵협상하자고 하는데 못 이기는 척 미국과 협상하고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이란에게 상당히 좋은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물론 이란 국민들이 이를 굴복으로 여길 수도 있으나,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자존심이 얼마나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지금의 신정체제가 미국이 세운 팔라비왕조를 무너뜨리고 반미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외교고립과 경제제재의 성적표를 받아 든 이란이 핵협상이라는 미국의 강한 푸시가 명분이 되어 다른 미래를 택한다면 중동 지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이스라엘 입장에선 제일 좋지 않은 시나리오겠지만 말이다.
트럼프는 무력보다는 외교적으로 해결을 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란과 어떻게든 핵협상을 이뤄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협상으로 마무리해야 미국의 핵시설 공격이 참전이라기보다는 협상을 위한 행위로 남을 수가 있고, 혁명 이후 악의 축으로 분리된 이란에서의 핵문제 해결은 트럼프에게 큰 공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잠재력을 가진 이란, 자존심이냐 실리냐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