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허기: 맛집순례

by 이안아빠

맛집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허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서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높디높은 기준들을 쫓으나 그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한 삶에서의 무력감은 우리의 삶을 허기지게 만든다. 이것은 피셔(2018)가 말한 '반성적 무기력'의 상태로서 자신들의 현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무력감에서 우리는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고 맛집 순례는 그러한 성취감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제공한다. 이러한 맛집 순례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일시적 완화제로, '사기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각자의 불행과 실망과 욕구불만을 잠시나마 잊게 할 수 있는 작은 도취로 폭넓게 기능하고 있다"(리포베츠키, 2017). 많은 타인들이 경험한 것을 나도 했고 또한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제공한다. 맛집 순례를 하며 우리는 인생의 허기를 채운다.


무력감이 지속되는 삶에서 개인은 삶의 비전을 장기적으로 전망하고 계획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거나 그러한 것을 생각할 수도 없다. 삶의 중장기적 미래에 대한 전망이 사라진 개인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 현재의 순간일 것이다. 우리는 가장 일상적인 활동인 식사로 파티를 열어 현재의 순간을 기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를 위해 우리의 지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를 즐기는 것은 마페졸리(2010)가 지적했듯이 '삶에 대한 긍정의 발현'이다. 지금 현재 순간만이라도 무기력함이 아닌 삶의 생동감을 느끼고자 맛집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강렬하고 질적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순간들, 그리고 더 나은 방도가 없으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마페졸리, 2010)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길거리의 음식점들은 우리 삶의 행복과 쾌락이 여기 있다고 손짓한다. 삶에서 느끼고 있는 결핍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리포베츠키에 의하면 "현대적인 소비는 삶을 가볍게 하는 일시적이지만 일상적인 도구로 생각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맛집을 돌아다니며 그 순간을 즐기고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일상의 고민들을 잊는다. 일시적이지만 잘 전시된 음식은 우리 눈 앞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로부터 우리에게 나름의 삶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맛집 순례를 통한 포만감은 음식을 먹고 난 후 다음 끼니때가 되면 사라져버리고 마는 순간적인 포만감만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음 맛집을 찾아 헤매인다. 다음 맛집을 찾아 헤매고 음식을 먹는 시간동안만이라도 우리는 현실을 잊게된다. 리포베츠키가 말한 '소비지상주의적인 아직도 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 만족감이 순간적이라고 하더라도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부합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이것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러나 습관화되는 순간적인 만족감은 그 지속이 계속해서 짧아지며 우리는 허기짐의 시간이 더 빨리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기짐과 순간적인 포만감이 반복되는 삶에서 우리는 인생의 충만함을 추구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살게 된다.


참고문헌

마크 피셔 (2018) 자본주의 리얼리즘. 리시올.

미셸 마페졸리 (2010) 영원한 순간. 이학사.

질 리포베츠키 (2017) 가벼움의 시대.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