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상상이 사라진 시대

트렌드에 대한 집착

by 이안아빠

트렌드 서적이 유행이다. 이제는 그 종류가 다양해서 경제, 경영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종교, 정치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우리는 트렌드 서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트렌드 서적을 통해서라도 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고자 한다. 현재의 삶이 불안하기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자 한다. 트렌드 서적을 읽음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미래 예측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누구도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영역에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 의지한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예측에 의지하는 것은 위태롭다. 왜냐하면 미래를 안다는 것은 오직 신만이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려고 하는 집착이 오히려 우리를 지금 현재에 대한 성찰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현재에 대한 반성, 분석 등이 간과된다. 오늘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 예측에 자신을 맡긴다. 미래 예측에 집착할수록 우리의 현재는 더 위태로워진다.


과거에 우리는 미래를 상상했다면 현재의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우리는 과거 학교에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라는 과제를 받곤 했었다. 그 미래는 대부분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먼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래 예측은 매우 단기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다음 달의 시장 경기나 내년도 금리 등을 예측하는 것에 집착한다. 미래에 대한 시간 범위가 매우 좁아졌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의 시각과 사고가 좁아졌다는 것과 같다.


상상은 인간적인 행위이지만 예측은 기계적인 행위이다. 과거 우리는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보고자 했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풍요로워질지 상상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 예측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 즉, 과거에 우리는 미래 삶에 대해 상상했다면 현재는 나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할 뿐이다. 상상은 우리의 머리속에 남지만 정보는 우리의 머리속에 남지 못한다. 우리는 하나의 정보를 언제나 다른 정보로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것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섭취하고 잊어버린다.


상상의 결과물은 모두 다르지만 정보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 미래에 대한 상상은 다양성과 주관성에 기초했다면 현재의 미래 예측은 같은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미래 예측은 획일적이다. 어떤 개인의 주관성이나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래를 보는 행위가 우리의 사고와 상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유통되는 정보를 섭취하는 것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미래 예측에 대한 정보를 소비하고 잊어버릴 뿐이다.


트렌드 서적과 같은 미래 예측은 미래에 대한 혁명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이 빠진 것으로 단지 지금 현재의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후기 근대의 특징으로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한병철, 2023). 최신 트렌드에 대한 집착은 먼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비전이 아닌 단순한 최신 정보의 ‘업데이트 강박’에 지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한병철(2023) 서사의 위기.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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