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달라 보이는 캐릭터

[반전 캐릭터] 너... 이런 사람이었니?

by 스토리광공

이번에 소개해 볼 스토리텔링 기법은

바로바로...

캐릭터에게 주는 반전입니다!


어떤 작품을 감상하건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 때 재미가 배가 되는 법이죠. 단편적인 캐릭터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가 좋다고들 하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양면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


캐릭터가 소개되는 순간부터 '얘는 이런 면도 있고, 이런 면도 있어~' 보여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재미있는 방식은 이야기 중반부에서 캐릭터의 숨겨진 면모를 반전처럼 공개하는 것입니다.




캐릭터를 아주 잘 활용한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스포 주의)


KakaoTalk_Photo_2026-03-20-15-17-37.jpeg <파워 오브 도그>


도입부 내용 정리!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 필은 특유의 고압적이고 마초적인 태도로 동생과 결혼한 미망인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를 심리적으로 괴롭힌다. 여린 로즈와 피터는 하루하루 필의 눈치를 살피며 괴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로즈에게는 알코올 의존증이 생기고, 그로 인해 이런저런 실수를 더 벌이게 된다. 필은 남성성이 부족한 피터를 유독 집요하게 괴롭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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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내용을 따라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필이 세상 미워 보이기 마련이겠지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야?! 멱살을 잡고 묻고 싶을 지경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필이라는 인물을 단면적인 악인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 정교한 캐릭터 빌드를 위해 그에 대한 첫번째 정보를 던져주는데요.



1. 과거사 공개하기


필에게는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브롱코 헨리'라는 인물을 지극히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렸던 필과 나이 차이가 컸던 브롱코 헨리는 필에게 말 타는 법을 비롯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이제는 고인이 되어 있었지요.


필이 좋은 친구를 잃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감상적인 면, 상실의 쓸쓸함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악인같은 면모가 납득이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2. 숨겨진 면모


이어서 나오는 한 장면에서 관객은 필에 대한 또다른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 장면은 바로... 필이 브롱코 헨리의 유품인 손수건을 가지고 아름답게 자위를 하는 모습인데요.


이 간단하고 분위기를 바꿔주는 장면 하나로 필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필은 브롱코 헨리를 친구 이상으로,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 그리고 필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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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필이 왜 그토록 남성적이고 마초처럼 행동하려 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연인을 잃은 그가 안타깝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죠.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미워 죽겠던 필이 갑자기 달라 보여서, 이야기 안으로 훅 빨려들어가게 되더라구요. 악인으로 시작해 주인공으로 변모하는 구성이 이야기의 마법처럼 매끄러워서 놀라웠지요.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필은 피터에게 점차 흥미를 가집니다. 어설픈 피터와 그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자신의 모습에서 브롱코 헨리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필과 피터 사이에서 묘한 로맨스의 기류가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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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묘한, 조금은 금기된 사랑이 저는 정말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동성 간의 사랑이기도 하고, 부자 관계나 사제 관계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오묘하고 다면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게 제인 캠피온 감독의 특기라고도 생각하게 되네요!)


제 개인적인 감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이지 이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었었답니다...! 필에 대한 인상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더더욱, 어떤 다른 캐릭터들보다도 애정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필은 가죽으로 긴 밧줄을 만들어 피터에게 선물하고자 하지만, 로즈가 그를 엿먹이기 위해 남은 가죽을 전부 팔아버리죠. 필과 로즈 사이의 갈등이 최고로 치솟게 됩니다.



자, 여기에서 또 다른 인물의 또 다른 숨겨진 면모가 이야기의 갈래를 바꿔놓게 되는데요.


피터의 숨겨진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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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겉보기에 유약하고 섬세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작중 사소하게 공개되는 반전으로 사실 동물 해부를 즐기며 그와 관련된 지식에 박학합니다. 이는 그가 어떤 면에서는 전혀 연약하지 않은 인물임을 드러내는 정보이지요.


피터는 탄저병에 걸린 소로부터 가죽을 벗겨서 필에게 주고, 그 가죽으로 밧줄을 만들게 합니다. 며칠 뒤 필은 단저병에 걸려 비틀대면서도 완성된 밧줄을 주기 위해 피터를 찾고, 결국은 쓰러져 죽고 맙니다.


피터가 어머니를 위해 필을 죽이면서 영화가 끝이 납니다.


WSfyfVH0EsxEv6XcD_svKYJzTI4.jpg 피터와 어머니 로즈


<파워 오브 도그>는 이렇게 인물들에게 여러 겹의 반전을 주어서 관계를 바꿔나가고, 이야기까지 바꿔 나가도록 하였습니다.


간단히 요약하기 위해 차례대로 큰 반전들을 소개했지만, 영화에서는 미묘하게 조금조금씩 풀어나가주는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니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동일한 방식으로 캐릭터에게 반전을 준 <어드벤처 타임>!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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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작품의 경우는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 긴긴 시리즈 형태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에게 조금씩 반전 요소를 쌓아올려, 점점 흥미롭게 끌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먼저...


- 숨겨진 면이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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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킹덤을 다스리는 버블검 공주는 주로 영웅인 주인공에게 구해지거나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작품 초반에는 메인 히로인 역할을 하는 상냥하고 똑똑한 공주님 그 자체로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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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씩 자신이 만든 사탕 주민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장면이 스쳐지나가는가 하면...


국민들을 속이거나 독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까지. 숨겨진 면모들이 조금씩 그녀의 캐릭터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단순한 선역/히로인에서 때로는 악역이나 도덕적 회색 영역을 넘나드는 지도자,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게 된 것이죠.



- 반전 과거사가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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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에는 주로 버블검 공주를 납치하고 이런저런 악당스러운 일을 꾸미는 얼음대왕입니다. 버블검 공주와 함께 소년 영웅만화에서 뻔히 필요한 기본 인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풀릴수록 얼음대왕은 바보미 있고 마냥 순진무구한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진정 악하기 때문에 못된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의도는 좋은데 어딘가 많이 모자란 것이었죠…

그래서 때때로는 조연이나 개그캐로도 활용됩니다.


그에 더해 가장 큰 반전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의 숨겨진 과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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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음대왕은 초음부터 얼음마법을 쓰는 막돼먹은 마법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정체는 지구가 한 차례 멸망하기 이전, 신비한 유물을 찾아 헤메던 고고학자 사이먼이었죠.


사이먼은 폐허가 된 세상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왕관을 쓰고 얼음마법을 쓰면서 왕관의 광기에 잠식되어갑니다. 결국 완전한 얼음대왕으로 변해버리고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고 말았던 것입니다..


the-tale-of-simon-petrikov-1619451691.jpg 눈물 줄줄..


시청자가 얼음대왕의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거대한 반전이지요. (+ 세계관의 과거 모습에 대한 떡밥으로도 작용합니다.)


이후에는 얼음대왕의 과거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나, 그를 다시 사이먼으로 돌려놓으려는 다른 인물과의 조우 등으로 이야기가 새로운 갈래로 이어지게 된답니다. 그의 과거사와 얽혀 있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성이 생겨나면서 캐릭터 간 상호작용도 훨씬 흥미로워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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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타임>의 경우에는 단편이 아닌 짧은 에피소드를 몇 년에 걸쳐 이어가는 아주 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숨겨진 모습을 조금씩 풀면서 양면적인 인물로 발전시켜나갔습니다. 에피소드의 서사에 따라 그때그때 인물들을 주인공으로도, 조력자로도, 악역이나 히로인으로도 활용하죠.


점점 더 캐릭터의 개인적인 서사를 파고들어, 깊이 있는 이야기로 한 발짝씩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흐름이 재미있습니다. 결국 시리즈 마지막부에는 각 캐릭터들의 개인 서사가 얽혀 엄청난 대서사시로 완성되어요.




알맞은 순간에 캐릭터에게 반전을 주고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정보 공개의 순서를 자유자재로 배치한 것이라고 하죠.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타이밍 역시 이야기에 있어서 아주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다른 방법들을 알아보고 싶네요. 다음번에 더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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