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메멘토 북>은 팀 에디테라가 펴낸 자기계발서로, 내가 직접 쓴 문장으로부터 지금껏 켜켜이 쌓여온 기억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주는 책이다. 도서 소개를 살펴보면 분명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정말 그럴까?
나는 자기계발서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사람인 듯하다. 단 한 권의 자기계발서도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지 않으며, 직접 자기계발서를 찾아서 읽은 적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의 전형이 대개 취하는 구조는 문제 진단, 원인 분석, 성공 사례, 실행법 정도일 텐데 이와 같은 구조는 독자를 지나칠 정도로 피로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선 명시적 내지 암묵적으로 독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을 넘어 책 속의 문장을 정말 있는 그대로만 읽어낼 것을 강요하며, 이는 독자의 반응과 사유를 제한한다. 다시 말해 독자가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위치를 하나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자기 계발'의 의미를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면, 그 의미는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움 줌'이다. 문제는 과연 대개의 자기계발서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향성이나 목적성이 '잠재하는 자기'를 전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 취득 이상으로 누군가의 태도와 자세를 배우라고 촉구하는 책을 '잠재하는 자기'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메멘토 북>은 이러한 자기계발서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메멘토 북>은 무언가를 일깨우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책이 아니며 오히려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마주하고, 그 순간을 책의 다정한 공백에 기입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처음 가볍게 개관하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장처럼,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는 그들조차 알지 못하는 '정답'의 부수적 재현에 불과하다. <메멘토 북>이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자기계발서라는 것과 상반되는 지점이다.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그저 만만한 건 신이었다. 온종일 신을 죽였다. 죽이고 또 죽이고 일백 번 고쳐 죽여도 죽일 여지가 남아 있는 신, 증오의 마지막 극치인 살의, 내 살의를 위해서도 당신은 있어야 돼. (...) 하느님, 한 말씀만 하시옵소서. 그러나, 하느님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으시다. 그러나, 그 고통의 순간을 지나올 때, 내가 그렇게도 원망할 하느님이 계셨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의 원망을 받아줄 하느님이 안 계셨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의 순간에 수많은 원망섞인 질문을 던질 때, 그 많은 원망을 고스란히 들어주셨던 하느님. 그분의 침묵은 더 많은 원망을 듣고자 하셨던 하느님의 배려였던 것이다.
-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나는 참척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내가 모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정조 때의 문인 유한준은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쉽게 발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르면서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의 구절(고린도전서 13:13)은 유한준의 말과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기에 신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인들도 신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신을 안다고 말할 때 그들은 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모르면서 사랑하기. 언젠가 내게도 그러한 사랑이 주어지게 될까. 그마저도 나는 알 수 없다. 헤어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한 날에는 차라리 그 무엇도 모르고 싶을 것이다.
마음껏 채워넣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대사를 나만의 대사로 채워넣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는 일은 항상 어렵다. 쓸 게 너무 많아서인지, 쓸 게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이나마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도 필요하니까. 설령 시간이 흐른 후에는 바뀌더라도.
헨리 오사와 태너의 <감사 기도 드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문득 그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들이 빈 접시 앞에서 감사 기도를 드리는 순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음식이 아닐 것이다. 나는 평소에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메멘토 북>을 채워넣는 일은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아닌, 나의 이야기로 가득한 자기계발서이며 동시에 완독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책이다. 완독은 없다. 기록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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