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년 일간지 칼럼 의뢰를 받고 어떻게 진행시킬지를 계획을 짰다. 그리고 왠지 넷플릭스 한 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새 드라마 월화수목금토를 보며 콘셉트가 참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란말이와 김치를 주 반찬으로 하고 맛김을 꺼내 한 봉지를 과감히 남자답게 뜯어버리고 밥 한 술 김 한 조각에 계란말이와 김치를 올려서 입으로 넣는 순간 노트북이 갑자기 화면이 꺼지고 다시 켜지다가 다시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한다.
놀란 마음에 입으로 들어갔던 밥은 그대로 나왔고 그때부터 노트북을 다시 켜보려 시도하다 완전히 포기하고 내일 수리를 맡기기 위해 배낭에 노트북을 미리 넣어두고는 생각에 잠긴다.
노트북이란 내 인생의 동반자였다. 첫 노트북은 그때 당시 돈으로도 2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구매했었는데 술 마신뒤 잃어버렸고 그 뒤로도 노트북은 여러 번 나를 떠났고 이 번 노트북도 2020년 새로 일을 시작하며 구입한 건데 사양은 그리 고사양이 아니었지만 내겐 적당하게 만족하는 노트북이었다.
특히 코로나 시절 코로나가 걸렸을 때 텔레비전보다 내 곁을 항상 함께 해준 것도 이 노트북이었고 지금 하는 일의 순간순간마다 모든 기획을 나의 밤새는 시간과 함께 했던 정말 고마운 노트북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어준 노트북인데 나는 그 수많은 애칭도 붙여주질 못했다. 이렇게 빈자리가 큰데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이기적으로 이용만 해왔던 것이다.
노트북이 없는 홀아비의 저녁은 허전 그 자체다. 대용으로 스마트폰만 더 만지작 거리겠지만 그래도 노트북이 없는 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다행히 오늘은 11시에 보레브 빵집 사장님과 한 잔 하기로 한 날이라서 그리 오래도록 허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노트북이 가족처럼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상상해 본다.
이렇게 기계인 노트북도 있다가 없으니 이런 느낌인데 나중에 가사 인공지능 로봇이 함께 사는 세상에 갑자기 로봇이 고장 나거나 없어진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소중한 가족 중 한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 노트북 수리하면서 좀 더 여기저기 수리를 해서 오래도록 함께 있다가 쓰레기장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지막도 이왕이면 근사하게 장례식을 치러줘야겠다. 부품 하나하나까지 완전히 분해가 돼서 노트북의 운명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그래서 부품이 아닌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 영원히 살 수 있게 도와주어야겠다.
하지만 아직 넌 내 곁을 떠날 수 없어.
내일 서비스센터에 함께 가서 잘 치료되길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