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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아침

by 이문웅

얼었다.
세상이 밤새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얼음이었나!
찬바람이 창문에 달라붙어
투덜대며 슬픔을 토한다.

눈이 내리는 날,
청춘은 아스팔트 위에서 미끄러지고
내 청춘은 그보단 따스했었다는
지난날의 기억에
괜히 외면하는 마음은 날을 세운다.
오늘 하루, 어제보다 더 차갑다.

가려진 그림 속엔
무엇을 그렸니?
묻고 싶어도 차마 묻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패거리를 짓고
입엔 하수구를 물며
겨울에도 꽃이 핀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뜨거운 입김 속,
똥냄새 가득한 말들을
자랑스레 내뿜으며
모두 지나갈 계절임에도
눈을 맞으며 거름을 준다.
언제나 그랬듯
끝없이 반복되는 쳇바퀴

그러다 봄이 오면,
싹은 다시 무심히 돋아나겠지.
그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낯선 아기 울음소리에
바람은 흘러가겠지.

세상엔 버려진 영혼들이
끝없이 바삐 움직인다.


누구는 돈을 좇고,
누구는 행복을 좇고,
누구는 사랑을 좇으며
기다리지 않는 어딘가를 향해
모두들 설국열차를 탄다.

하지만 얼음 속에는 여전히,
녹지 않는 눈물이 있다.


그 눈물이 햇살을 마주하는 날,
혹시나 새로운 시작이 올까.
우리 모두 그 한순간을 위해
추위를 견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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