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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 오는 날

by 이문웅

오늘은 갑자기 세상을 달리한 나의 노트북이 새로운 노트북으로 영혼을 갈아타는 날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지인들 폭이 줄어들고 나의 길을 걸으면서 노트북과 인공지능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랬던 노트북이 갑자기 숨을 헐떡이다가 다시 나의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듯 힘겨운 호흡을 하더니 얼마전 완전히 그 명을 다한 후 나의 진보주의는 거의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해서 출간을 했고 그 사이 유북도 계좌를 열게 되었다. 하지만 노트북과의 이별은 나의 시간을 매우 무료하고 힘들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지인의 출간 기념 후원비로 중고 리퍼노트북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오늘 그 노트북이 오는 날이다.


입춘이 지난 계절, 세상은 온통 혼란스런 태풍속같지만 그래도 봄의 기운은 점점 차가운 오피스텔 창가로 노크를 하는 아침이다.


어제 시킨 쿠팡은 항상 아침의 마음을 감사하게 해준다. 밤을 새워 일하는 노동자 분들 덕에 나는 편하게 앉아서 감사한 아침을 즐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며칠 전 말끔하게 하얀 책상위의 노트북은 아무 말이 없다. 그는 그저 속에 품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더이상 연산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실을 품고 역사 속으로 묻힌다.


그래도 노트북이 가기 직전에 노트북은 내게 어떤 신호를 준 것인지 몰라도 내가 필요한 데이터들은 거의 USB에 담아서 노트북이 품고 있는 기억을 조금이나마나 내가 이어갈 수 있다.


역사는 그렇게 이어져야한다. 사실이 의도한 자들에 의해 왜곡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그들의 후손들이 입게 된다는 것을 권력을 가진 자들과 가지려 하는 자들은 캐달아야 한다.


새롭게 노트북이 오는 날, 무슨 큰 잔치를 벌일 수는 없지만 올 해 내가 하고 싶은 수많은 새로운 일들의 시작과 함께 해나갈 새로운 동지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었지만 또 우리는 살아서 봄을 맞는다. 그 사이 세상을 등진 나의 수많은 친구, 선배, 후배를 이제서야 보낸다.


노트북이 오는 날, 나는 다시 새싹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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