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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어린아이들

by 이문웅

봄으로 가는 길에 이제 매년 황사가 먼저 인사를 한다. 그리 반갑지 않은 인사지만 운동이라도 하려면 늘 만날 수밖에 없는 지겨운 손님. 이미 황사는 세상의 주인이 되어 있다. 그래도 황사는 그리 무식하지는 않다. 때론 바람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통치권력을 꿈꾸는 자들은 자신들의 얄팍한 거짓말로 혹은 모자람의 단순함으로 세상을 오염시키며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 놓지않고 있다.


주말 지하철은 흰머리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특히 돈안내는 노인급들의 건강한 산행은 오래된 루틴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눈살 찌푸리게하는 일들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지하철의 대화 소음, 전화벨 소리, 통화소리의 불편함 마지막으로 임산부 자리 규칙을 지키지 않는 못된 자들이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문제다. 이제 그런 광경에 눈을 감는 일들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이 번 주말도 친구와의 반가운 브런치 시간을 위한 이동에 어김없이 보이는 사건들이 이제 내게 외면의 그림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자라면서 아버지 어머니 혹은 조부모님, 혹은 동네 분들로부터 더 넓게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예의와 질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조금 크면서 자신의 생각이 굳어지고 자신의 방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반항의 시기를 겪고 어른이 된다.그런데 그렇게 형성된 어른의 인격이 아직 사람의 인격이 안된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사회 속의 인간이 아닌 생존으로서의 인간만 고민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아마 글을 쓰는 많은 작가들도 그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은 농후하다.


나이를 먹어도 아이가 되어 있는 지금 이 사회의 무분별한 개별적 관점은 바로 방만한 자유로부터 나온다. 그 자유가 자본의 축적을 탐했고 자본의 축적은 빈익빈 부익부를 낳았다. 모두 미성숙 자아들이 펼치는 탐욕의 퍼레이드일 뿐이다.


이제 세상은 미성숙한 자아들을 기술 문명으로 교육시켜 나가는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있는 마인드가 생기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사회,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간들이 점점 더 탐욕과 축적의 사악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


노인들의 미성숙은 아이들처럼 맑은 웃음을 주는 희망의 불편함도 아니다. 그냥 추하다.

오늘 아침은 좀 더 성숙하고 더 멋진 노인, 바로 어른이 될 수 있는 생각에 좀더 신나는 아침이다.

따스한 바람은 점점 다시 세상으로 불어오고 미성숙 이데올로기에 빠져 사는 평등주의자들도 점점 세상을 깨닫는 아침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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