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람은 왜 멈추지 않는가

by 이문웅

창문을 닫아도 바람은 들어온다.

틈새를 비집고, 벽을 타고,
어느 순간엔 내 안쪽까지 스며든다.

그렇듯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은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나를 흔든다.


때로는 흔들리는 내가 잘못인 줄 알았다.
내가 약해서 그런 줄 알았고,
내가 준비가 덜 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람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자주 멈추고 싶어 한다.
하루의 끝에서,
어떤 관계의 끝에서,
어떤 감정의 마지막에서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음은 가끔
멈추는 법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이미 끝난 말을 되새기며,
이미 정리된 감정을 다시 흔든다.

그럴 때마다
“왜 나는 이토록 흔들리는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바람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감정이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일지 모른다.

기억도, 슬픔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 찾아와
내 몸을 흔들고
다시 사라진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바람을 이겨내는 힘이 아니라,
그 바람을 흘려보낼 줄 아는 용기다.


우리는 자주 멈추려 하고,
가끔은 아예 돌아서려 한다.

하지만 삶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아침은 매일 다시 오고,
시간은 단 한순간도 같은 자리에 있지 않으며,
내 몸도 내 마음도
내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옮겨간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을
우리는 ‘살아간다’고 부른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
그러나 그 흔들림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들린다는 건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바람이 스쳐간 자리에
새로운 숨이 깃든다는 의미다.


어쩌면 바람은,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나게 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이 바람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걸어간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멈추지 않고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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