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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容恕)하는 마음

by 이문웅

용서는 남을 위한 선택 같지만,

사실은 끝내 나를 구원하는 일이다.


용서라는 말은

마음을 넓힌다는 뜻을 품고 있다.

容 — 가슴을 넓게 열어 담는 일,

恕 —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미루어 헤아리는 일.

용서는 그렇게,

상대를 품으면서도

결국 내 마음을 풀어주는 길이다.

공자는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남에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 사이의 최소한의 품위요,용서의 시작이다.

그러나 세상은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상처는 원치 않아도 남고,

서운함은 의도하지 않아도 깊어진다.


노자는 다툼을 놓는 법을 말했고,

장자는 세상의 얽힘을 넘는 깨달음을 말했지만,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풀어놓을 수 없다.

서양의 철학자들은 말했다.

용서는 나를 자유롭게 하는 선택이라고.

원망과 분노에 머물면그 감정에 나를 가두게 된다고.

하지만, 안다.이론으로는 쉽고,현실에선 아득하다는 것을.

성서는 말한다.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도 내어주라.”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그렇게 성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자주 분노에 흔들리고,상처에 머문다.

그럼에도 어렵게, 천천히, 우리는 용서를 배워간다.


용서는 완벽하지 않다.

그것은 단번에 이뤄지는 결단이 아니라,

상처 위에 조금씩 내려앉는 빛이다.

기억은 남아도,그 기억을 품는 마음이 달라질 때,

우리는 비로소 용서에 닿는다.

용서는 상대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상대를 품으려다 결국,

내 안의 매듭을 푸는 일이다.

상처를 잊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 상처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용서가 가르쳐준다.


용서는 나를 치유하는 행위다.

그것이 완전하지 않아도,

부족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나는 더 이상 그 상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용서하는 마음을 배우며,

다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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