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마음의 흔적이다.
좋은 기억은 쉽게 흐려지고,
나쁜 기억은 선명히 남는다.
왜 그런가?
그것은 인간이 위험을 잊지 않기 위해,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 깊은 곳에 그 기억을 새겨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묻는다.
“왜 좋은 순간은 희미해지고,
아픈 순간은 이렇게도 또렷한가.”
심장은 고통을 잊어도,
마음은 그 고통의 모양을 기억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번의 상처로
수십 번의 두려움을 껴안고 산다.
공자는 말했다.
“지나간 일은 이미 흘러갔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었지만,
그 선함 위로 상처가 내려앉으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기억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노자는 흘러가라 했고,
장자는 비우라 했다.
그러나 기억은 물처럼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때로 돌처럼 박혀,
우리를 멈추게 만든다.
서양의 철학자들도
기억의 덫을 말했다.
헤겔은 상처의 반복을,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틈을,
니체는 회상의 저주를 경고했다.
그렇다면,
나쁜 기억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그것은 결국,
우리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자,
우리를 묶어두는 사슬이기도 하다.
기억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 기억 위에
새로운 시간이 쌓이면,
그 흔적은 조금씩 빛을 잃는다.
지워지진 않아도,
우리의 마음은
그 기억을 품고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
결국,
나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억에 눌리지 않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문득,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의 나쁜 기억은 지금,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아직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이 덮은 먼지 아래,
조용히 숨 쉬고 있는가.
그 기억이 당신을 멈추게 하는가,
아니면,
그 기억을 품은 채로도
당신은 여전히
다시 걷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