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지나갔다. 물살에 휩쓸려간 삶들이 있다. 집을 잃고 길을 잃고, 생을 잃은 사람들 앞에 조용한 위로를 보낸다. 나는 그저 그들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이방인의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래 물을 좋아했다. 동시에 불도 좋아했다. 이율배반적인 기질이었다. 물가에 나가 불을 피우고, 모닥불 앞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밤을 지새우는 일은 내 청춘의 풍경이었다. 감성은 넘쳤고, 밤은 길었으며, 세상은 멀리 있었다.
그 기질은 어릴 적부터 드러났다. 청소년기엔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기타를 들었다. 특히 여름방학이면 기타와 음악 노트가 늘 내 곁에 있었다. 작곡가라도 된 양, 제목을 붙이고 멜로디를 흘려 적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썼던 ‘장마’라는 곡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치한 타령조지만, 그땐 그것이 전부였다.
자정이 지났는데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주룩주루룩 비가 내린다.
밤이 새도록 비가 내린다.
비만 내린다.
주룩주룩룩 주룩주루룩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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