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는 순항중인가?

by 이문웅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명제는 단순한 헌법 문구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왕조 국가와 국체와 정체가 완전히 다른 항로를 선택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코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외세의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존재가 결정적 조건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국가가 탄생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역사적 사유를 포기하게 된다.


조선 말기, 국가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왕권은 국가를 유지할 능력을 상실했고, 외척과 고위 관료층의 부정부패는 구조화되어 있었다. 재정은 고갈되었고, 군사와 행정은 근대 국가의 최소 조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폐허 위에도 소수의 청년들이 있었다. 이들은 조선을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조선을 넘어선 국가를 상상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김옥균이었다. 그는 뒤처진 문명과 부패로 굳어버린 체제를 점진적으로 고쳐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옥균은 조선을 ‘개혁해야 할 왕조’가 아니라, 전환되어야 할 체제로 인식한 인물이었다. 그의 사상적 스승은 일본의 계몽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후쿠자와가 말한 문명개화는 단순한 기술 수입이 아니라, 인간과 국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문제였다. 김옥균은 그 사상을 조선에 적용하려 했다.


그리고 김옥균 곁에는 또 한 명의 두려움 없는 청년이 있었다. 서재필이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이 청년은 왕조 국가의 한계를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었다. 그들에게 조선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있는 과거가 아니었다. 그렇게 이들은 갑신정변을 일으킨다.


역사적으로 이 사건은 실패했다. 3일 천하로 끝난 개혁은 권력의 지속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주도자들은 죽거나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이 실패를 단순한 패배로 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화국의 기원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해석에 가깝다. 갑신정변은 권력을 잡지 못했지만, 국가를 새로 정의하는 언어를 남겼다. 왕이 아닌 국민, 혈통이 아닌 제도, 충성이 아닌 권리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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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打誤 저서 : 동아시아오딧세이, 행복의 공식,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네오젠, 네오젠시티, 네오갱, 사미예찬, 트레 뻬르소네, 라이프캡슐 예명 : 이타오 AI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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