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역사 속에서 거의 예외 없이 함께 등장하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평등이다. 인간 사회가 존재한 이후 수천 년 동안 권력과 계급, 재산과 신분은 언제나 불균형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권력을 가졌고,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가졌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평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언어가 되어 왔다. 왜냐하면 평등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본능적인 반응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특권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존재이며, 자신이 가진 결핍보다 누군가가 가진 과잉을 더 쉽게 인식하는 존재다. 바로 그 지점에서 평등이라는 언어는 폭발적인 힘을 얻게 된다. 누군가가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감정을 정확하게 건드리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단순한 주장 이상이 된다. 그것은 정의처럼 들리고, 그것은 희망처럼 들리며, 그것은 마치 도덕적으로 당연한 요구처럼 들리게 된다.
그래서 혁명가들은 언제나 평등을 말한다. 역사 속에서 권력을 뒤흔든 거의 모든 혁명은 평등이라는 단어를 중심에 두고 등장했다. 왕과 귀족의 특권을 무너뜨리겠다고 주장했던 18세기 유럽의 혁명가들도 평등을 말했고, 산업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비판했던 19세기의 급진적 사상가들도 평등을 말했으며,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려 했던 20세기의 독립운동가들 역시 평등을 말했다. 평등은 언제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도덕적 무기가 되었고, 동시에 대중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한 가지 묘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평등을 외치며 등장한 혁명가들이 실제로 권력을 장악한 이후, 그들의 삶은 종종 이전의 권력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 간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그들이 비판했던 과거의 권력층보다 더 강력한 특권을 누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위선이나 도덕적 타락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권력이라는 구조가 만들어내는 매우 깊은 역사적 패턴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18세기 말 유럽에서 일어난 프랑스의 거대한 정치적 격변, 즉 French Revolution은 이러한 역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되는 거대한 정치적 이상을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혁명 이전의 프랑스 사회는 왕과 귀족, 성직자가 거대한 특권을 누리는 구조였고, 일반 시민과 농민들은 무거운 세금과 정치적 무권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혁명가들은 바로 이 구조를 무너뜨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권력을 갖는 귀족 제도를 비판했고, 법 앞에서 모든 시민이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치 권력은 왕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당시의 유럽 사회에서는 매우 급진적인 것이었지만 동시에 대단히 설득력 있는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혁명에 동참했고, 왕정은 무너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권력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혁명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 가운데 하나였던 Maximilien Robespierre는 혁명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프랑스 사회는 이른바 Reign of Terror이라는 공포 정치의 시기로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혁명의 적이라는 이유로 처형되었다. 혁명은 평등을 말하며 시작되었지만, 실제 정치 권력은 소수 혁명 지도자들의 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혁명의 이름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했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제거했으며, 사회 전체를 통제하려 했다. 평등을 위한 혁명이 결국 강력한 권력 집중 구조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바로 이 시기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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