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사기가 있다. 누군가는 돈을 속여 빼앗고, 누군가는 정보를 속여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 모든 사기 가운데 가장 완벽한 사기는 피해자가 끝까지 사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기다. 돈을 잃으면 사람은 분노한다.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잃으면 사람은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신념이라고 믿는다. 바로 그 순간, 사기는 완성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사기 중 하나는 ‘평등’이라는 말이다.
평등이라는 말은 아름답다. 누구도 그 단어를 듣고 불쾌해하지 않는다. 평등은 정의처럼 들리고, 인간다운 사회처럼 들리고, 문명의 목표처럼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단어를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하는 순간 스스로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사기가 시작된다.
평등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언어 중 하나다. 그것은 사람을 설득하고, 결집시키고,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권력을 만든다. 문제는 그 권력이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이라는 말을 통해 정당성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평등이라는 말은 언제나 약속의 형태로 등장한다.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약속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래서 평등은 언제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존재한다. 미래에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반증될 수 없다.
이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검증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존재하는 약속은 검증될 수 없다. 실패하면 언제나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아직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해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완벽한 사기의 구조다.
역사를 보면 이 구조는 반복해서 나타난다. 혁명은 언제나 평등을 약속하며 시작된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한 이후 등장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 구조다. 혁명은 기존의 위계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계를 만든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를 외쳤다. 왕과 귀족의 특권을 무너뜨리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혁명이 진행될수록 권력은 점점 더 집중되었다. 혁명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한 권력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등장했고, 결국 공포정치가 시작되었다. 혁명의 이름으로 수천 명이 단두대에 올랐다. 평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폭력이 정당화된 것이다.
러시아 혁명도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와 농민의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며 시작된 혁명은 결국 강력한 국가 권력을 만들었다. 혁명 지도부는 인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권력은 소수의 정치 조직에 집중되었다.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강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등장했고, 그 통제는 점점 더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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