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미스였던
독어선생님
어느 날
수업시간
독일어 수업대신
반 넋이 나간 모습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한동안 시장을 헤매고
다니셨단다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 살아있는 활기를
느끼고 싶어 몇 날며칠을
시장으로 무작정 가셨단다
17살 우리들 앞에서
넋두리처럼 말씀하시더니
내가 삼십 대쯤
영화관 간 어느 날
불 꺼진 실내
언뜻 보이는 낯익은 얼굴
자기 키 만한 딸과
영화 보러 오셨더라
그때 곱던 얼굴은
중년의 품위가 느껴지고
불안했던 눈빛은
안정을 찾아있었다
왜 그 모습에
내가 그리
평온하고 흐뭇하던지
엄마가 없는 세상은
어떤 느낌일까?
나도 그런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잠 못 드는 밤
이리 뒤척 저리 뒤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