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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Aug 17. 2024



여인은

바닥에 놓인 

국솥에서

고깃국을 

푸고 있었다 


표정은 어둡고

국그릇이 많은 걸 보니

가족이 여럿인 듯하다 


일곱 살 나와 어머니는

침묵 속에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방 한편에 

숨죽인 채 앉아 있었다 


어떤 날에도

내 새끼들의 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가혹한 숙명 


그 고깃국은 

그 여인이 먹을 

국은 아닌 것이다 


미안해하는 한 여인과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또 한 여인 


두 어미의 

한참 동안의

침묵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스토리-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던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결혼한 경상도 출신 어머니는 전업주부셨고 셋방 살이에도 성격이 밝고 마음이 따뜻하셔서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신 적이 몇번 있었다.  그러나 오래 기다렸음에도 갚지 않자 빠뜻한 살림에  결심을 하셨는지 어느 주말 아침 봐줄 곳이 없던 나의 손을 이끌고 돈을 받으러 가셨다. 하지만 돈을 받으러 가는 어머니는 당당하거나 화가 나 있지 않았고 되레 미안해하고 조심스러워 하셨다. 아직도 생생한 그 방의 분위기와 두 어머니의 거룩한 마음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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