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천문과학대에서 주최한 "별 헤는 밤" 공개관측회 다녀오다 20년 전 친구와 몽골에 4박 5일 정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생소한 해외여행지였던 몽골에 왜 가느냐고 동료들은 질문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별 보러요" 하고 말했지요. 저는 진심이었는데 동료들이 갑자기 깔깔대며 웃어서 의아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잠시 도시만 벗어나면 볼 수 있는 그 흔한 별을 보러 가느냐는 의미 같았습니다 물론 말도 타보고 게르에도 자보고 싶다는 대답도 있었으나, 그때 무심코 그 말이 튀어나온 거 보면 저도 꽤 감성적인 사람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몽골에 가서 별을 본 사람들은 압니다. 산이 없고 지평선만 있는 탁 트인 곳에서 보는 밤하늘의 장관을. 그곳에 서서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들을 우러러보고 있으면 제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잠깐 잊게 되는 거 같았습니다. 현실의 고민들도 잠시 사라지고 그저 우주 속에 아주 작은 점이 된 느낌이고 내가 별인지 별이 나이지 잊게 되는 그런 무아지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맑아도 별이 듬성듬성하다면 몽골에서는 밝기도 다양한 별들이 밤하늘에 촘촘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공기가 맑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몇 주 전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모바일 안내문에 충북대학교 천문학과에서 주최하는 공개관측회 '별 헤는 밤' 안내장이 떴습니다. 아이 학교가 충북대학교 근처라서 이번에 처음 올라온 거 같았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해 온 행사였는데 대학교 공지사항에만 떠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거 같았습니다. 나중에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전국에 천문학과가 8개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실로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읽어보니 학생, 일반인 포함 선착순 200명이라 적힌 메일 주소로 가족 이름을 적은 신청 메일을 보내 놓으니 곧 매년 150명을 넘긴 적이 없으니 당일 참석하시면 된다고 답장을 받았습니다. 내일 보시겠지 하면서 밤 12시쯤 보냈는데 쏜살같이 답장이 와서 놀랐고 역시 별보느라 늦게 자나 싶은 것이 천문대학생들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부터 다른 집 아이들은 천문대를 예약해서 밤에 별을 관측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둘 다 맞벌이라는 이유로 그런 체험을 못 시켜준 것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데다 저녁 7시 행사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습니다. 단 대학교 옥상에서 천문대 대형 망원경이 아닌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감안하여 너무 기대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남편에게 일찍 오라는 말을 일주일 전부터 남겼고 당일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차에 올라 충북대학교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친한 친구 어머니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으니 시간 되시면 같이 만나자고 문자도 남겨놓았습니다.
제 모교였던 곳이라 캠퍼스가 넓어도 대충 공대는 어디고 농대는 어디고 지리는 머릿속에 있었으나, 어두워서 차로 좀 헤매다가 드디어 주최한 자연과학대를 찾았습니다. 그 흔한 현수막도 입구에서 없어서 진짜 행사를 하나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밝게 불이 켜져 있고 설치된 부스에 대학생들이 명찰을 달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초대장을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비밀스러운 곳이란 느낌이었습니다.
행사 현수막은 강당 안에 있었다. 행사 시작 전 부스에서 천문대생들에게 오늘 일정표와 경품추첨번호를 들고 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반갑게도 둘째 아이의 친구 가족도 와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낮에 행사는 많이 가 보았는데 밤에 만나니 뭔가 신선하고 설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축사를 위해 목발을 짚고 올라오신 천문대학 교수님의 모습도 왠지 스티븐 호킹 박사를 떠올리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의 마지막 구호 교수님 : 별 헤는, 청중 : 멋진 밤! 을 외치고 박수와 함께 행사는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이 학과를 졸업하고 우주항공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 직장인의 강의 "일론 머스크는 왜 우주로 가려고 하는가?"를 들었습니다. 인류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소련에서부터 현재까지 우주선을 쏟아 올린 역사를 재미있게 영상과 함께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 99%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 세계 35억 명 정도가 인터넷을 못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저궤도에 수천 개의 위성을 발사하여 전 세계 위성 인터넷망을 이미 구축하였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우크라이나 군에 인터넷을 일시 열어 주어 미사일공격을 막을 수 있게 했고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어뢰를 공격하려고 할 때는 막는 등 세계 전쟁에 관여할 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우주관광 상품뿐 아니라 우주선을 쏟아 올리고 다시 돌아오게 하여 재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엄청난 돈을 세이브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 발사지점에 정확하게 들어가는 우주선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심지어 바다에 떨어져도 바다 위 설치물에 옆으로 이동하여 안착하더군요.
이런 내용을 필두로 한국도 아직 바다나 높은 산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정거장과 지구 교신은 아직 2G 형태라 5G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등 이 학과를 나와도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천문학과를 나와서 밥 굶지 않을까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요지의 유머러스한 강의를 마쳤습니다.
천문학과 선배 직장인의 강의 [일론머스크는 왜 우주로 가려고 하는가?] 모습 중
강의가 끝난 후 오늘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목성을 관측하려고 했는데 먼저 천문학 굿즈를 만들러 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이들은 한 강의실에 모여 대학생 선생님의 지도로 행성 팔찌를 만들게 되었고 부모님들은 옆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 먹으며 아이들을 기다리면 됐는데 대학원생이자 조교인 분이 부모님들이 심심하실 거 같다며 슬라이드를 내려서 스타테리움(stellarium) 사이트를 통해 지금 천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 알고 있던 사이트였는데 그동안 별로 열어볼 일이 없었는데 강의실에서 큰 화면으로 보니 정말 와~ 감탄이 나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거기 있는 학부모들 모두가 말입니다.
밤이 깊어가는데 어두운 강의실에서 우주를 보며 설명을 들으니 어머니 무릎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별이야기를 듣는 거 같이 꿈결 같기도 하고 경이로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조교가 "쉬시는데 이제 그만할까요?" 하자 모든 어른들이 아니요 재미있어요! 를 외쳤습니다.
별자리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었는데 자기 별자리는 6개월을 더한 달부터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기 생일달에는 태양 옆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네요. 저는 염소자리로 1월인데 6개월을 더하니 7월 밤하늘에서부터 제 별자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자리는 큰 개 자리 중 시리우스 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 좀 안다는 천문학생들은 "시리우스 별이요."하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아니 태양이지!" 한다고 합니다. 밤하늘이라는 말이 빠졌기 때문이라네요.^^ 아마 별에 대해 좀 안다는 자만심을 꺾고 겸손하게 공부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백조자리를 확대해 보니 눈이 2개로 나왔고 눈 옆에 별이 또 있어 이걸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은어처럼 눈탱이 밤탱이 별이라고 한답니다. (천문대가서 이렇게 말하면 알고 보여준다네요 ^^)
백조자리의 눈 부분을 확대해 보면 별이 2개라고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한쪽 별을 눈탱이밤탱이 별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베일 성운이었나 사진은 찍어두었는데 이름은 잊어버림^^
몇 개월 전 개기월식의 모습 (시간을 돌리면 개기월식의 모습도 보여준다)
2025년 9월 8일 새벽 레드 문 때 모습 (시간을 과거로 돌려 볼 수 있다 스타테리움 최고!)
이날 토성의 고리가 일자형으로 되어 우리가 아는 그 아름다운 나선형 모습은 아니라고 하셨다. 몇 년 전 관측회에서는 고리가 평면으로 보일만큼 사선으로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어떠랴. 토성이 보인다는 게 신기했죠.
자기 생일의 별자리는 자기 생일에서 6개월 이후에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예) 1월 염소자리 별자리 7월~8월 볼 수 있음. 왜냐하면 생일인 달에는 태양 옆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날 고리 성운의 모습 정말 아름답다.
성운과 별자리 이야기와 성운, 달, 토성을 모습과 설명에 넋을 놓고 있을 무렵 아이의 팔찌 만들기는 끝나고 아이를 데리고 목성 관측을 위해 대학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빛이 없어야 잘 보이기에 칠흑같이 어두웠고 안전사고에 유의하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먼저 대학생들의 설명을 들으며 핸드폰 스타테리움 앱을 켜고 밤하늘을 보니 와~ 별자리들의 이름이 다 뜨는 게 아닌가 이 좋은 앱을 왜 아직 안 사용하고 있였지?
위치를 바꿀 때마다 다른 별자리가 보이는 것도 신기했고 특히 천왕성과 목성이 뜨는 것도 신기했다. 목성은 지금 떠오르고 있었다. 북극성(폴라리스)은 알고 있듯이 역시 밝다.
줄을 서서 천체망원경 보기를 기다렸고 내 차례에 한쪽 눈으로 들여다보니 진짜 일자형 나선을 지닌 조그만 구슬 같은 토성이 보였습니다. 남편은 천체망원경에 눈을 대려니 안경을 벗어야 했고 토성이 안 보여 좀 안타까웠지만, 토성을 보는 행운을 얻은 저로서는 이런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느껴졌습니다.
토성을 보려고 몇 번을 시도한 남편의 안타까운 뒷보습^^ (역시 눈이 구백 냥)
토성을 관측하고 다시 강당으로 모여 초등학생, 일반인과 중고등학생 나누어 골든벨을 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는 3번까지는 통과했으나 난이도가 높아지니 탈락, 저도 그런 식으로 뒷문제에서 아쉽게 탈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저 아래 사진 중 아래에서 두 번째가 5문제 맞힌 일반인 분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왕중왕전 문제였는데 저 어려운 문제를 맞힌 분들이 두 분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정답이 제가 좋아하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었는데 저는 그런 뜻이었는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 이걸 맞추신 분들은 평소 우주에 대해 관심이 진심이라고 느꼈고, 공부는 평생 해야 된다고 느끼며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경품추첨식에서 우리 가족 셋다 나오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벅찬 것은 제목 그대로 '별 헤는 멋진 밤'을 선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아이를 데리고 언제 멀리 좋은 데 가려고 마음의 부담을 갖지 말고, 우리 지역에도 가치 있고 유익한 행사가 많으니 늘 관심을 갖고 잘 살펴봐야겠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행사가 소규모여서 내실 있고 한적하여,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에 만족감이 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쁜 현실 속에서 비록 발은 땅을 디디고 있고 미래의 걱정과 고민도 많지만, 가끔 내가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점보다 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걱정이나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밤하늘을 보며 생각의 휴식을 가지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도 가끔 그런 쉼을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