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들의 무야욕
특정인에 관한 비판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무언가가 되기를 소망하고 꿈꿉니다. 자라다가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용기가 적은 아이들은 자신이 많은 생명을 책임지기 버겁다고 느끼며 그런 자리에 앉는 직업은 피하려 합니다.
사실은 우리 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종사 파일럿이 되면 어떻겠냐는 저의 제안에 저희 아들은 이리 말하더군요.
“엄마, 난 내 생명 하나만 감당하기도 버거운 사람이에요, 그 많은 승객 생명을 책임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 당시 중학생 정도의 우리 아들 말에 왜 이리 포부가 없나 싶으면서도 본인이 자신의 성향을 진즉에 잘 파악하는 모습이 싫지는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에 비해 저는 우선 행동하자파인 것 같습니다.
깊이 나에 대한 성찰 내지 생각 없이 ‘해, 말아’의 순간에 무조건 go를 외치는 스타일이죠.
좋게 말하면 야망 있는 스타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야욕을 부린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야망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니, 큰 일을 이루겠다는 희망이 되겠더군요. 그에 반해 야욕은 뭔가를 해보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이 되겠네요. 왜 희망과 욕심이라는 차이가 생길까요.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야욕이 나오는 거니 어린아이들은 야욕을 부려도 되고 야망을 많이 품어야겠어요. 하지만 점차 어른이 되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깨닫게 됩니다. 어른은 자신의 능력보다 큰 희망을 품으면 야욕이 되니 삼가야겠네요. 그래서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be ambitious!’라는 말만 있는 걸까요? 농담입니다....
제가 요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요. 자전거로 영동대교를 건너려면 찻길을 두 번 지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게 버튼을 눌러야 차들이 서고 보행자가 지나갈 수 있는데요, 앞서가는 자전거 타신 분이 그걸 누르다 보면 뒤에 가는 제가 먼저 건너게 되고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게 돼요. 간혹 보면 그걸 누르지 않고 차가 안 오는 틈을 타 휙 건너는 분들도 있지요. 그럼 전 그분 덕을 못 보고 제가 누르고 지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리게 됩니다.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야. 살면서 저런 분은 피해 가야 해.’ 오는 내내 앞에서 진로 방해만 되다가 눌러 놓으면 나중 신호등이 바뀌기라도 할 텐데 누르지도 않고 본인만 휙 건너고 마는 분들을 보면 살다 보면 저런 이들이 있지 생각하게 됩니다. 파란불에 건너야 하는 기본도 안 지키는 분들...
오늘 아침에는 어떤 분이 누르고 서 있다가 한편으로 비켜서서 제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려 주시더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멈추지 않고 건널목을 지나는 맛이 좋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저를 위해 주셔서 이리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본인만 휙 잘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신호도 안 바꾸는 사람은 경찰이 될 자격은 없겠구나. 최소한 저런 분은 경찰의 높은 자리에 앉아도 될 자격은 갖고 있겠구나. 물론 경찰 되는 데 필기와 체력검증만 하고 저런 인성검사가 따르는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의 안위만 추구하는 이가 경찰이 될 야망을 품으면 야욕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경찰이 되어 경찰서장까지 되려면 남들보다 업무능력도 좋고 체력 등 다른 요건이 좋은 분이실 텐데 국민의 안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본인의 따스한 저녁 한 끼와 여유 있는 저녁 후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크신 분이 경찰서장이더군요. ‘늙은이여, 야욕을 삼가라!’ 송구스럽지만 이건 농담 아닙니다.
그게 그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인간은 누구나 좋은 한 끼와 여유 있는 생활을 추구하기 마련이니, 시민의 안전보다는 그게 우선순위인 분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우리 시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사건은 그분 한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까지만 만들어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의 책임인 거지요. 그렇다고 그분은 책임이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상시 정치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저이지만 어느 누가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보지 않는 시민만 있는 곳의 정치인은 엄한 길로 가고야 말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상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맞게 살고 있는 거겠다 생각하면서, 야망 있는 사람과 본인 능력보다 욕심부리는 사람을.. 야욕 부리는 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우리 모두 열심히 하여 자격 있는 자만이 사회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시스템을 우리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만들 때, 아이들이 축제에 가서 길거리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이 순간 내 능력치보다 높은 자리를 탐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조금이라도 능력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게 된다면 나의 그 부족한 능력치를 채우려는 노력이라도 뒤따라야겠구나 생각한 아침입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 속한 구성원이 무언가 불합리함에 분개하고 나의 능력부족으로 본인의 직장생활이 힘들다 느끼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점심시간이 되기를, 만약 그리 느낀다면 오늘 그 자리를 내놓지는 못할 테니 그 구성원에게 커피 한잔이라도 내밀어 보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