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L사를 퇴사하고 나는 방황의 시기를 겪게 된다. 그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태 그대로 다시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었다.
퇴사 직전 나는 식욕이 바닥을 쳐 입사 전보다 10kg이나 빠져 있었다. 그런데 퇴사 후엔 묘하게도 식욕이 돌아왔고, 무엇보다 매일 아침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참 좋았다. 하지만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이번엔 공기업이었다.
공기업은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이 붙기에 또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도 L사에 있을 때 미리 기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둔 상태였다. 그 힘든 와중에도 미래를 위해 자투리 시간을 쪼개 공부했던 나였다. 이제 필요한 건 한국사 자격증과 영어 점수였다.
한국사는 한 달 만에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TOEIC도 3개월 정도 공부해 850점을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걸 갖추고, 기계직을 채용하는 공기업에 무조건 지원했다.
그 후엔 본격적으로 NCS 공부에 돌입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무너졌다. 공부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집중력은 떨어졌고, '조금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9시에 도서관에 가서 저녁 9시까지 공부하려 했지만, 온전히 집중한 시간은 하루에 고작 3시간 남짓이었던 것 같다. 지칠 땐 PC방에 들러 게임을 하거나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사실 내 몸은 ‘휴식이 먼저’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렵 오래 사귄 연인과의 관계도 끝을 맞이했다. 그 사람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고, 결국 서로의 고단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이별하게 됐다. 마치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 이후 나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어정쩡한 공부, 저녁에는 클럽에 가서 놀거나 게임을 하며 현실을 회피했다. 방탕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생활을 반복하게 됐다. 그렇게 어설프게 준비했기에, 그 해 공기업 취업은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몇몇 결과가 아깝게 떨어졌던지라 쉽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차라리 그때 과감하게 공부를 내려놓고 여행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다. 조금만 더 나를 이해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면, 덜 아프고 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과 돈을 흘려보내며 그 해를 통째로 보냈다. 결국 공기업 도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시 돈이 필요했다. 한창 취업 준비를 이어가기엔 현실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나는 ‘일하면서 재취업 준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변리사 사무소에 지원했고, 다행히 채용이 됐다.
당시에는 괜찮을 줄 알았다. 단순 반복 업무 위주일 테고, 퇴근 후에는 공부할 여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철저한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