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두 달째를 맞은 영화의 OST가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차트 1위를 동시 석권했단다. 한 세기 전 일제강점기 나라도 없던 시절 문화강국을 꿈꿨던 김 구 선생님의 소원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그런데 광복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서대문형무소를 향하며 무수한 태극기 부대와 마주했다. 저 분들은 누구냐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보는 둘째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국가적 트라우마의 발현이라고 해야할까......개인도 어릴적 폭력에 노출되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듯 민족도 역사적 쓴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칼 융(Carl Jung: 1875~1961)은 "집단무의식"을 들어 설명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받으면 평생을 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성찰과 치유'의 기회가 없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기괴하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변형되고 만다. 이는 희생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특히 가해자의 경우 '반성과 용서'를 구하지 못하면 자기 합리화의 강박 끝에 지독한 '자아도취'에 빠져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대문형무소 형장의 이슬로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영정 앞에서 둘째의 사진을 찍으며 어릴적 폭력에 노출되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지......셀 수도 없을 만큼 모진 역경들을 견디고 이겨낸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에 들어선 한국인들에게 눈물어린 박수를 보낸다. What It Sounds Like의 후반부 한 소절을 읊으며,
"So, we were cowards, so, we were liars(그래, 우린 겁쟁이였고, 거짓말쟁이였어)/ So, we're not heroes, we're still survivors(영웅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The dreamers, the fighters, no lying(꿈꾸는 자들이고, 싸우는 자들이야, 거짓 없이 말할게)/ I'm tired but dive in the fire and I'll be right here by your side(나는 지쳤지만 불 속으로 뛰어들고 바로 여기 네 곁에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