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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혜 Sep 14. 2024

마르지 않게 물을 주세요

콩쿠르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수상권에 든 사람들에 대 웹검색부터 한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과 실력을 확인하고 나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문제는 주주가 예전보다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며

달리고 있는데 콩쿠르 결과가 신통치 않으니 뭔가 잘 못하고 있나? 이 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연기회가 잡혀 몇 달 전부터 연습했는데 협연 반주자의 사정으로 취소되었을 때도 그의 이력에 주주가 부족해서 함께 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리니 조금 더 슬퍼졌다.


누구나 같이 하고 싶어 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을 꾼다. 그런데 현실은 넘어야 할 난관이 수두룩하다. 가장 두려운 난관은 역시나 마음이다.


꺾이는 마음을 달래길 없는데도 주주는 새롭게 배우게 된 곡을 열심히 듣는다. 몇 시간을 걸쳐 레슨 받으려 가는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주는 지금 물을 주며 싹을 틔우는 단계인지 아는 것 같다. 소리의 길을 찾지 못해 불안정한 음색이 나오곤 해도 힘들어하면서 다시 해 보려 한다.


잘하고 뛰어난 사람이 명백히 존재하는 세계,

실력이 안되면 솎아지고 잊혀지는 세계,

하지만 나만의 사연과 색채를 만들 수 있는

세계가 음악이다.


주주랑 오늘도 배움을 찾아 먼 거리를 가야 한다. 쉬고 싶지만, 싹이 마르지 않게 조금씩 물을 주는 시간이라고 여기자. 그 시간이 여느 사람보다 오래 걸려도 주주가 물러서지 않는 한 스며드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거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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