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근무일지 3 프롤로그
매서운 추위가 집 안에까지 파고들어 마음마저 날 서게 만든다. 창 너머 이미 흘러간 시간 속에 만났던 옥계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세련되게 글을 쓰는 것도 흥미롭게 서사를 구성하는 것도 자신 없는 일이지만 그 시간에 같이 머무른, 기억의 되새김질이 가능하다면 옥계 근무 일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옥계에서 근무할 때 사랑은 떨림을 동반한 불안한 감정이었다.
결과가 예측되지만 멈출 수가 없었고, 순간에 충실하면 찰나의 설렘이 긴긴 기다림으로 이어져 지쳐가게 만들었다.
겉돌면서도 간신히 직장생활을 이어 나가는 내게,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여러 감정의 쓰나미로 다가와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층층 계단은 올라가기보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렵다. 감정 저 밑에 깔려 미처 돌아보지 못한 흔적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좁은 통로에 빛이 되어줄 것만 같다.
1. 지숙언니의 첫사랑
2. 옥순댁의 데모 인생
3. 남이 아줌마의 러브 레터
4. 결혼으로 막을 내린 희수의 짝사랑
5. 상희 언니의 애인들
6. 미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7. 밤의 애인을 강요한 김 과장
8. 완벽한 연인의 오점
9. 이해관계로 맺어진 결혼
10. 짧은 사랑 그리고 긴 이별
그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사랑의 꽃을 피우거나 지거나, 아예 무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이 서 있던 그 순간이 그 자체로 사랑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랑과 함께 현실로 다가 온 책임감들이 만남과 헤어짐의 감내를 종용했다.
겨울바람이 지나가는 한편에 의자를 두고, 잠깐의 햇살이라도 느끼면서 옥계 근무일지를 마저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