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 근무 일지 3
■ 근무 중 특이사항: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리다
지숙 언니는 모 관공서 출장소 직원이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입주해 있어 여직원 휴게실을 함께 썼다. 물결무닉 단발 펌을 하고 있어 20대 중반의 경쾌한 아가씨 같지만 체구만으로 보면 어린 소녀에 가까웠다. 그런데 다정함 만큼은 객지 생활로 자주 못 보는 친언니 같았으니, 언니가
ㅡ 소혜야! 소혜야!
불러 가보면 맛있는 간식이 기다리고 있거나 퇴근 후 있을 데이트에 꽂고 나갈 머리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언니의 물결 펌 위에 하늘색 구름 모양 핀은 정말 선녀 같은 느낌이었다.
눈밑 자리한 몇 개의 주근깨가 언니가 웃을 때마다 수증기처럼 날아갈 듯, 데이트에 설렘 가득한 언니의 눈웃음은 아련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울음소리의 진원지는 여직원 휴게실 안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만 해도 담담한 언니 표정은 그 작은 얼굴이 전쟁의 상흔을 남긴 것처럼 깊은 슬픔을 담아냈다. 늘 앞머리를 살짝 잡아 아름답게 얹어진 핀은 헝클어진 머리에 묻혀 있었다.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깊숙이 넣은 채, 밖으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꾹꾹 누르느라 물결 펌은 어수선하게 갈피를 못 잡은 상태였다.
ㅡ 소혜야, 나 어떡해.
언니의 애인을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그렇다고 '형부'라 부르는 것은 더 불편했다. 실제로 대면한 적은 없지만 언니의 조막만한 얼굴에 감빛을 돌게 하니 '감대리' 정도로 부르며 언니만의 사랑 연가 비밀을 지켜주려 했다.
그 감대리가 갑자기 서울 발령이 났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당장 내일이면 근무지로 가야 한다며 점심 지나 급히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언니는 원래 감대리와 같은 부서 책상을 마주하고 있는 사이였다고 했다. 서툰 사회생활과 겁이 많아 제 목소리 못 내는 언니를 대신해 바람막이 울타리가 되어 주다가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보수적인 부서장의 근거 없는 트집 잡기로 사내 연애 부담 느낀 언니가 출장소 근무를 자처했다.
자주 못보는 대신 감대리는 어김 없이 점심 시간에 출장소로 전화를 했고 출장소장이 행정 처리일로 외근을 나갔을 때는 그 통화 길어지곤 했다. 그런 날은 언니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커피를 못 먹는 날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언니는 당연히 왔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이 되어갔다.
ㅡㅡㅡ < 다음 편에 계속 >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