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곳곳, 선비가 된 아빠 찾기

by 지소혜

세상에 없는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여행이다.

가는 곳마다 아빠를 모시고 왔더라면, 시간을 되돌려 가족과 함께 온 유년의 나를 찾게 된다.

아빠는 아마 양산보의 제자가 되고 싶어 먼 길

달려와 대나무 숲 길을 따라 올라갔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청년 시절,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아빠는 힘든 마음을 묵향에 달랬다.


친구들의 오락성 놀음 자리를 마련해 주는 역할은 해도 같이 끼어 요행을 바라는 욕망은 애초부터 없었다. 백면서생이 되어 소쇄원에 머물며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을 키우며 시를 짓고 싶었을 게다.


어느 곳에 서도 시심을 불태우는 정경이 마음을 흔드는데, 아빠는 못 이기는 척 먹을 갈고 한 땀 두 땀 수를 놓듯 한지에 명시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


아빠는 학문 연구에 지칠 즈음 담장 너머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못 다 이룬 젊은 날의 꿈을 떠올리고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귀 기울이며, 산새 깊숙이 자리 잡은 자연의 덧없음과 황홀미를 동시에 느끼며 서 계실 듯하다.


분주하게 세상의 욕심으로부터 흔들리는 마음을 단속하며, 소쇄원의 광풍각에 머물고 계신, 보고 싶은 아빠를 시간을 거슬러 뵙고 왔다.


■ 양산보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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