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네가 꽃보다 이쁜 걸!

나의 사랑 나의 가족

by 지소혜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아빠는 하늘 어딘가에 사시고, 엄마는 천안 동생네에서 살림을 돕고 계신다. 일이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썩 잘 나가지 못하는 상황들에 움츠러들고 있어 전화만 드렸다.


엄마는 신기하게 목소리가 그대로다. 어릴 적 친구들이 집에 오면 바쁜 들녘 일도 접고 손수 밥상을 차려 주시며, 예쁜 엄마로 보여야 된다며 분홍빛 스웨터를 입고


- 맛있게 먹어


라며 낭랑하게 말하던 그 목소리 그대로다. 금방 손질한 펌 머리와 밝은 옷 색상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엄마의 모습은 햇빛에 그을린 얼굴과 투박한 손이 삐죽 나와 있었지만, 내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다.


친구들도 가끔 어릴 적 얘기를 하다가, 일하시다가 헐레벌떡 집에 들어서면서 반갑게 맞아 주던 울 엄마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화 말미에 꼭 그러신다.


- 전화해 줘 고마워!


엄마는 상대가 마음 써 주는 것을 늘 고마워했다. 자식이든 지인이든, 그래서 하나를 받으면 열을 내주다 보니 얕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 보기에 부림을 당하는 사람으로 비칠 때가 있다. 그런 게 속상해 엄마에게


- 자꾸 그러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본다고


해도 엄마는 상대의 구린 속내까지 알고 있으면서 묵묵히 도울 때가 많았다.


일하다가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 특히 엄마랑 성씨나 이름이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모양으로 일단 성공적인 일의 결과를 예상하게 된다.


그런데 려움들은 좋은 것 뒤에 숨어 같이 오는지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행되던

일들이 멈추게 되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 상황들이 자꾸 발생한다.


엄마아빠 곁에서 직장 생활할 때도 비슷한 일로 파김치가 되어 허덕일 때가 많았다. 그때도 어버이날인데, 나만 고향에 남아 직장 다닐 때인데 언니의 신신당부를 듣고도 빈손으로 집에 온 걸

알았다. 부리나케 거리를 쏘다녔지만 카네이션 꽃잎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셔터문 내리는 빵집 아저씨에 부탁해 마지막 남은 케이크를 상자에 넣고 집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무너졌다.


엄마가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동동거렸을 내 처지를 어찌 아셨는지 김이 올라가는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 엄마, 꽃이 다 팔렸어. 미~


그 미안하다는 말 안 하게 하려고 아빠는 TV를 크게 트시고 엄마는 내 손을 잡아 앉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싶다가도 이미 좋은 때를 겪어 왔고, 그 시간 동안 받았던 엄마아빠의 정성이 있어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구나 닫게 된다.


- 괜찮다! 네가 꽃보다 이쁜 걸!


나도 안다. 이쁘긴커녕 평범한 깜인데 평범하게 안 살려고 되지도 않는 일에 바둥거리는 한심한 이십 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을, 유약하고 소심해 일로 이용당해도 버럭 저항하지도 못하고 미련하게 뒷정리하고 있었고 돌아서서 놓고 도망가고픈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런데도 그날의 나는, 부모님의 꽃이 되어 드리고 싶었다. 엄마아빠 곁에서 뜨신 밥을 먹고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잠시 잠깐이라도 나를 뒤흔드는 어려움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늘하늘 춤추는 꽃이 되어 마아빠를 웃게 해 드리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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