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짝꿍의 침범

by 지소혜

회사에도 짝꿍이 있다. 서로의 마음 살펴주고 챙겨주는 짝꿍은 절대 아니다. 조직도로 인한 책상 위치상 바로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부서 인원이 꽤 많아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칸막이가 쳐져 있다 해도 통화소리는 의도치 않게 공유되었다. 서류 정리하느라 책상에 탁탁 거리는 소리부터 일하는 중에 혼잣말로 하는 욕설이나 한숨의 종류도 나직이 퍼져갔다.


그나마 이 소음들이 뒤섞이는 환경은 업무에 몰두 중이라 그렇다손 치더라도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섭대리의 숨소리는 정말 크게 들렸다. 특히 그는 일이 잘 안 풀리면 과호홉 상태가 되어 일부러 데시벨을 올린다. 동료 직원의 주의가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변에서 신경 쓸수록 소리는 더 커졌다.


하필 부서가 옮겨지면서 섭대리의 짝꿍이 된 것이라 나름의 무사하게 지낼 방법들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맞대응할 소음들을 유발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숨소리만큼이나 동굴을 몇 바퀴 돌고 나온 듯한 그의 굵직한 목소리가 내뱉는 한마디는 내 행동을 바로 멈추게 했다.


- 그래 가지고 결혼은 하겠어?


소포로 보낼 우편물을 테이핑 하느라 스카치테이프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테이프를 쓸 만큼 잡아당길 때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해할 수가 없었다.


- 줘 봐!


반말만큼이나 거칠게 소포를 낚아채더니 정교

하고 완벽하게 두툼한 소포 꾸러미를 워싸며 테이핑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나는 왼손잡이라 다른 사람 보기에 서툴러 보일 뿐이지 할 수 있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했다. 다시는 그의 숨소리에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소포 사건 이후 짝꿍은 침범은 더 대담해졌다. 바뀐 부서에서 사보 업무와 협회에 보낼 자료 송부, 회의록 정리 등을 담당했는데, 한꺼 번에 몰리는 업무와 선임자의 인수인계 없는 퇴사, 자격도 안 되는 직원이 업무를 이어받았다는 비난의 시선들로 인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책상 주변에 무수한 포스트잇이 나뭇잎처럼 부착됐다. 해결한 일은 체크를 하고 떼어내는 것을 깜빡 잊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메모지가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섭대리의 책상은 늘 가지런했다. 특히 책상 위를 날아다닐 것 같은 잡 먼지가 없었다. 업무 얘기를 나누면서도 한 손으로 책상을 훔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그 손끝을 자세히 보니 '포스트잇'이 청소기 머리처럼 붙어 있었다. 메모지의 끈끈이 부분을 먼지 제거용로 쓰고 있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메모지 뗀 것을 따지려고 눈에 힘을 주었지만, 요리조리 먼지를 몰아 싹 훑어내는 진기한 손놀림에 시선은 꽂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