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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슈아 Aug 01. 2023

띵동 배달 왔습니다.

배달 입문기

20년 2월 코로나 발발 이후 대면 접촉을 제외한 모든 것이 활황이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식 시장을 필두로한 금융 시장, 그리고 비트코인의 활황!

해당 시기에 내 주변에서도 몇 억씩 벌었다는 사람이 생겼고, 나 또한 투자가 재미있었다.

회사 월급보단 금융 시장에서의 수입이 더 좋았고 왜 회사 생활을 계속 해야하느냐에 대한 회의감도 왔다.

불과 3년 남짓 전의 일이지만, 그 시절 카페에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주식 이야기였다.


이와 더불어 이 시기 또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 격리와 비대면에 따른 배달 음식 수요 급증이다.


나는 평소 배달 음식을 안 좋아한다. 가급적 집에서 해 먹거나 바로 옆에 있는 본가에서 한 끼를 위탁한다.

하지만 이 시기엔 아무리 배달 음식을 안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배달 음식을 피할 순 없었다.

21년 4월경, 업무차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귀국 이후 2주간 집에서 꼼짝 없이 격리해야만 했다.

이 시기, 만 34살에 내 돈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본 처음이 아닐까 싶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은 없었지만 익숙치 않은 배달앱을 처음 설치하고 대충 리뷰 점수보고 낙곱새를 주문했다.

참으로 친절했던 기억이다. 라이더가 어디쯤인지가 실시간으로 위치가 나오는데 집 근처로 도착할 무렵즈음에는 나 혼자만의 묘한 긴장감도 느꼈다. 

"띵동, 띵동" 집 안을 크게 울리는 벨소리가 들렸고 디스플레이에 뜬 벨을 누른 사람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셨다.

"배달 왔습니다"


여자분이신 것이 낯설었다. 짧은 순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구나. 어떤 사유로 배달을 하실까. 결혼은 하셨을까.


솔직히 말하면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배달까지 하시는구나' 하는 혼자만의 그 분을 향한 안타까운 위로를 했다. 그 뒤로 약 2년 간은 배달 음식을 주문해 본 적이 없다. 먹고난 이후의 뒷처리가 더 귀찮더라.


이렇게 대다수가 열광했던 20년과 21년이 지나고 22년을 맞이했다.

22년도 행복한 한 해가 될 줄 알았다. 아마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불안감과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금융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이는 내 계좌와 내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평소 나의 주말은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한 기업 분석이 1순위였고, 1순위가 끝나면 간간이 들어오는 소개팅을 수행했다. 그러나, 22년에는 이 모든 것을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계좌만 보면 한 숨이 났으니... 물론 영원한 상승과 하락은 없는 것처럼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준다는 것은 안다. 다만 그 기간을 견뎌내기가 힘들뿐...

이 시간을 함께 보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22년 4월경, 투자는 중단 (보유 중인 것으로 홀딩)하고 투자할 자금은 치솟아 오르는 은행 예금 및 회사채 투자로 전환하자 더 이상 기업분석할 니즈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소개팅도 없어서 주말 운동 2시간을 제외하곤 집에서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내보았다.

지겹더라. 

암막 커튼으로 빛은 가린 채 티비만 보고 있다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을 향했고

밖은 어두컴컴했다. 시간이 아깝더라. 뭐라도 하고 싶었다.


뭘 해야하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이 의미 없는 물음은 어렸을 때부터 던졌던 것이고 아직까지도 못 찾고 있지 않는가.


스마트팜으로 돈 번 사람들 있다던데? 유튜브로 돈 번 사람들 있다던데? 

투자 컨텐츠로 유튜브 같이 해 보자고 했던 동료의 말도 생각났다. 


귀찮았다. 스마트팜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보기도, 어떤 아이템을 선정할 것인가도 자신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러한 것에 열의를 가지고 수행할 성격도 아니고 남들보다 머리가 뛰어난 비범한 사람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유튜브 또한 마찬가지다. 20~21년 투자 컨텐츠 시작한 유튜버들 중 아직까지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만 안분지족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은 분명 난 비범한 사람이 아닌, 현실 만족형이자 변화 지양형인 사람인 것을 잘 안다.


그렇게 실행하지도 못할 허황된 생각만 하며, 몇 주간 넷플릭스와 동거하며 주말을 보냈다.

그렇게 5월의 어느 날 월요일 오전 출근 후 팀원들과 오전 미팅을 가졌다.

월요일 오전 팀원들과의 오전 미팅에서의 내 첫 질문은 업무가 아닌 팀원들의 안부였다.

아무 의미 없지만 의미 있는 "주말 잘 보냈어?"


27살의 팀 여자 후배가 "과장님 저 걸어서 베스킨라빈스 배달 했어요. 3천원 주던데요?"라고 하더라.

그 순간 2년 전,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문했던 배달앱에서 우리집에 오셨던 30대 여자분이 떠올랐다.


"오 그래? 힘들었겠다. 괜찮아?" 나는 물었다.

"네, 뭐 운동 삼아 해봤는데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리고 생각보다 할만하던데요?" 여자 후배가 대답했다.


애써 덤덤한 척 했지만, 여자 후배의 말 한 마디에 주말에 뭘 해야할까란 고민에 내가 당장 실행 가능한 한 가지 대안책을 찾은 것 같았다.

"오~ 그거 할려면 어떻게 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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