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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슈아 Aug 03. 2023

두 번째 배달을 결심하다

멍한 주말이 싫어

돌이켜보면 처음으로 내가 수행한 배달은 아이스크림이었다. 행여나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녹으면 나는 죽는다란 생각으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만큼 냅다 뛰었었다. 

첫 콜을 받고 허둥지둥 거리며 다시는 안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뭐든지 처음 시작할 때의 내적 반발심과 경계선을 넘어서 한 번만 경험해 보면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 인간인가보다.

그렇게 나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배달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 지, 그리고 핸드폰상의 네비가 알려주는 방향대로만 시간 내에 가면 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법칙을 경험해 봤기에 두번째 부터는 처음보단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이 짓을 다음에도 계속할 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날 첫 배달을 끝내고 집에서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늦게 일어나 늦은 오후, 2시간 남짓의 운동을 끝내고 집에서 여느 날과 같이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사실 집 안의 적적함을 달래기 위한 수단일 뿐,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뱅킹앱을 열었다. 다양한 이벤트 배너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클릭을 해보면 짧은 광고가 나온다.

그 광고를 다 보면 이런 저런 현금성 포인트를 준단다. 1원, 10원, 많이 주면 100원.

미친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나하나를 클릭하면서 100원이 나와주길 집착한다. 100원이라도 당첨되면 0.1초동안 도파민이 분비되고,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다른 앱들도 열어본다. 공짜 포인트나 돈 주는 곳은 없는지.

어떤 곳은 준비된 포인트가 모두 소진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나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1원, 10원, 100원... 내 삶에 전혀 도움 안되는 돈인데 그 짓을 20분 넘게 하고 있고 심지어 아주 흡족해한다.

'오, 가만히 앉아서 200원이나 벌었네?'  


그렇다면 첫 배달에서 받은 수익은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역시나 도움 안되는 돈이다.

첫 배달 수입은 세전 3천원이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면서 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돈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으로 보자면 그렇게 20분동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모은 포인트는 200원 남짓이다.

첫 배달에서의 미숙함과 시행착오를 고려하더라도 콜 수락 시점부터 완료까지의 약 20분 남짓 시간동안의 3천원과 비교하면 배달이 훨씬 괜찮은 선택 아닌가? 


집에서 휴식이라는 미명하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아까웠고 뭐라도 강렬하게 하고 싶었다. 회사일 뺴고. 


그렇게 핸드폰과 가방 하나만 메고 나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되었다.

해피크루(*)라는 배달앱을 켰다. 

(*)지금은 여러 배달앱을 동시에 켜고 배달을 수행하지만, 당시에는 해피크루 한 개 앱만으로 했다.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SPC계열에서 운영하는 배달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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