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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슈아 Aug 08. 2023

도보 배달의 ROE는 31%?

도보 배송의 경제성

전기자전거로 Upgrade하고 난 뒤 대략적으로 산정해 본 ROE는 80%가 넘게 나왔었다. 물론 내가 간과한 것이 있을 수 있고 본업에서의 인센티브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ROE는 변하겠지만 변동성이 있는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본다면 ROE는 100%가 넘어간다. 

(인센티브를 제하면 분모에서의 나의 시간당 가치, 즉 몸값이 낮아지기에...)

이 정도면 애플 부럽지 않은데?


그렇다면 전기자전거로 Upgrade하기 이전에 내가 했었던 도보 배달의 ROE는 어땠을지도 궁금했다.


배달은 운송 수단에 따라 크게 도보, 자전거, 전기자전거, 오토바이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로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제외)

어떤 운송 수단을 활용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 가능하며, 입문 당시 약 2달간 나는 도보 배달을 수행했다.


도보 배달을 선택하면 집 근처 반경에 주문이 들어올 경우, 배정되며 이는 걸어서 약 10분 이내의 가까운 픽업지이다. 배송지 또한 걸어서 10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로 배정된다.

도보 배달의 장점은 우선 걸어다닐 수만 있다면 수행할 수 있는 소규모 자본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자본 : 보냉백 구매 비용)

또한, 가볍게 산책 다녀온다는 기분으로 집 근처에서만 배회하면 되므로 배달에 대한 특별한 부끄러움만 없다면 큰 어려움 없이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점은 이동 거리의 한계로 받을 수 있는 콜들이 제한되어 있고 이로 인해 배차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건당 수행 배달에 대한 배달료 지급 수준이 낮다.

도보의 경우, 악천후 등 특수 상황이 아닌 Normal한 상황에서의 배달료는 3,000원 수준이다.

(전기 자전거는 Normal한 상황에서의 배달료는 건당 약 3,600원 수준이다.)


처음 배달계에 입문하면 들어온 물고기를 낚기 위해 플랫폼에서는 엄청나게 콜들을 꽂아준다. 나도 여기에 혹해서 낚인 케이스다. 집 근처 심지어 걸어서 5분 이내의 손쉬운 콜들도 많이 들어온다. 그 것을 초반 약 2주동안은 다리가 아파고 힘들어 그만하고 싶을만큼 꽂아준다. 

생각해보라. 짧게는 5분~길게는 15분 남짓만 걸으면 건당 3,000원씩 준다. 특별히 어려운 점도 없다. 음악 들으면서 걷는데 15분 안에 3,000원씩 준다니...

나는 처음 이 것을 접하고 신세계를 본 기분이었다. 

'우와! 이렇게 주말에 계속 걸으면 용돈벌이로 엄청 쏠쏠하겠는데?'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플랫폼과 AI는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고 사악하다. 이렇게 배달에 대한 맛을 들이게 한 뒤, 서서히 콜들은 줄어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같다. 새로운 신규 유입자가 들어오면 그들에게도 내가 처음 누렸던 버프만큼의 이득과 미끼를 던져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어느정도 고인물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동생 가족네와의 식사 자리에서 친동생은 내가 배달하는 것을 보고 심심풀이로 배달 어플을 설치하고 처음 켰었다. 처음 앱을 실행하자 콜들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나도 도보 모드로 앱을 실행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나에게는 하나도 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동생은 배달 수락을 거절했음에도 끊임없이 콜들이 쏟아졌고 고인물이 된 나의 핸드폰은 단 하나의 콜도 없었다.)  


초반 버프를 다 누리고 주말에 들어오는 콜 수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 건 배달하고 집으로 들어와 넷플릭스를 보며 쉬다가 또 콜이 들어오면 다시 나가서 수행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의 반복이었다. 점심/저녁의 피크타임을 제외하면 한 건 수행 이후 다음 건 수행을 위해 연이어지는 콜들도 없었다. 

그때부터는 배달과 관련된 모든 앱들을 설치한다. 배민, 쿠팡, 우딜, 해피크루, 카카오도보 등등

나는 도보 모드로 설정하고 무려 5가지 앱들을 켰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보며, 콜들을 기다렸다.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운동하는 2시간을 제외하곤 내내 콜을 애타게 기다리고 수행하고 다시 집에서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약 10시간 남짓동안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도보 배달로 8만원 가량을 벌어본 것이 내가 기억하는 최고 금액이었다. 

8만원이면 걸어서 대략 배달을 24~25건 정도 해야되는 금액이고 이 정도면 4만보 이상은 걸어야 한다.

이는 아주 특수한 경우이며, Normal한 경우에는 대략 5만원 남짓 벌었던 것 같다.

(5만원이라 하더라도 배달을 약 15~16건 수행한 것이다. 5개의 앱을 통해...)


그렇다면 도보 배달의 수익성을 전기자전거 때와 동일하게 ROE로 계산하면 어느 정도일까?

배달을 수행하는 회사로 빗대어 도보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A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우선 설비 및 기계장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 자본으로 투입할 필요가 없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를 구매해야 하므로 나의 자본이 지출된다.)

그렇다면 나의 시간 가치는 어떨까?

금요일 5시간, 토요일 10시간, 일요일 10시간씩 한 달에 총 2회를 수행한다고 가정했다.

한달에 총 50시간을 도보 배달에 투입한 것이다. 1년이면 600시간이다.

나의 시간당 가치 산정에서 이번에는 변동성 요소인 인센티브는 제하고 생각했다.

매년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인센티브를 제외한 순수 계약 연봉 기준/365/24로 계산했다. (편의상 세전 기준)

시간당 대략 10,700원 정도이며 해당 금액을 1년 도보 배달 600시간에 투입했다고 본다면 대략 642만원이 나온다.


나는 도보 배달을 하기 위해 1년에 약 642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도보 배달을 수행하기 위한 A회사 창업을 위해 604만원을 투입한 것과 동일)


전기자전거떄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도보 배달에서의 수입이다.

Normal한 상황에서 10시간 남짓동안 5만원을 벌었고 해당 기준으로 산정해 보자.

시간당 5천원 (최저 시급보다 못한...)이며, 600시간이면 300만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도보 배달에서의 ROE는? 300만원(도보 배달 연간 소득)/642만원(도보 배달을 위한 주주 자본)

약 47%가 나온다. 본업에서의 인센티브까지 포함한 나의 시간 가치를 넣는다면 ROE는 31%까지 낮아진다.

인센티브가 포함됨에 따른 나의 시간 가치 (본업에서의 몸값)가 비싸지며 (올라가며) 이는 도보 배달을 위한 주주 자본이 642만원에서 더 올라가게 됨에 따른 것이다.


일반 기업으로 본다면 30%대의 ROE도 매우 훌륭한 기업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클래시스라는 피부미용 업체의 22년 12월 기준 ROE가 38%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8% 수준)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의 22년 12월 기준 ROE는 17% 수준이다.


도보 배송에서의 ROE 30%가 기업으로 본다면 아주 훌륭하지만 전기자전거 ROE와 비교해 본다면 수익성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도보 배송을 3일간 저렇게 수행하면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심한 후덜거림을 경험하고 다리가 녹아내린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체력적으로 도보 배송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만약, A라는 회사처럼 설립 1년차에 ROE 30%의 성과를 보여주었거나, 전기자전거로 배달을 수행하는 B회사의 설립 1년차에 ROE 80%를 초과하는 성과를 보여준 회사가 증시에 상장했다고 하면 시장의 평가는 어떨까? 

개인적 생각으로는 철저하게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주가는 속절없이 흘러내릴 것 같다.

매출 성장률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매출을 더 늘리기 위해 일을 하는 횟수를 매년 늘려나가야 하는데 1년은 365일로 고정되어 있다. 또한 수많은 신규 배달 라이더들의 진입으로 유사 공급업체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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