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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슈아 Aug 07. 2023

나의 배달 ROE는 86%?

배달의 경제성

나는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나름의 고집스러운 편향과 보수적인 투자 태도로 인해 비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망설여진다. 그러다보니 올해 에코프로 형제들을 포함한 2차 전지 폭등세에도 나는 소외되어 있다. 아니, 오히려 시장의 쏠림으로 충분히 싸다고 판단했던 회사들이 더욱 빠지고 있다. 그러나, 엉덩이 투자를 하며 버티면 언젠가 올라와 줄 것이라 믿고 있어서 시장 변화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나는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PER, 영업이익률, ROE 지표로 1차 대상들을 Sorting하며, 과거 5개년치의 연간/분기 보고서와 연결/개별 재무제표를 본다. 1개 기업 분석을 시작하면 최소 16시간 이상 많게는 60시간까지 투입한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시간일 수 있다.

나름대로는 그만큼 안전하고 수익성이 뛰어난 회사들을 찾는다고 노력하지만 올해 결과물만을 본다면 투자 수익은 기업 분석에 소요한 시간과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 문득 내가 주말에 배달하는 것은 ROE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도보로 했지만 몸도 편하고 수익도 더 많이 늘리고자 지금은 전기자전거로 장비를 Upgrade했다. 

ROE는 Return On Equity라는 것으로 주주의 몫으로 1년간 얼마의 수익을 벌어들였는지를 의미한다.

재테크나 경제 관련 분야가 아니라서 아주 쉽게 설명하면 내가 A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A 회사가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분자) / A 회사를 회사를 창업하는 것에 내가 투자한 금액 (분모)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 창업하는데 10만원을 투자했는데 해당 회사는 1년에 5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회사의 ROE는 50%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2년이면 내가 투자한 원금을 모두 회수한다는 말과 같다. 

(물론 내년에도 ROE가 50%가 나온다는 전제다.)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세계 1등 기업 애플의 ROE는 무려 175% ('22년 9월)에 달한다.

지속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 효과이지만 단순하게 본다면 내가 투자한 금액보다 1년에 더 많은 금액을 벌어들인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의 ROE는 10년 평균 약 17% 수준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최근 들어 배당 성향을 늘리는 추세이긴 하지만 미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 회사들의 ROE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는 ROE를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ROE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A회사의 경우, 1년차 ROE가 50%였다. 그렇다면 2년차는 어떻게 될까?

1년차에 5만원의 수익을 벌었고 해당 금액을 배당을 통해 소진 시키지 않는다면 법인세 등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 (당기 순이익)은 자본으로 쌓인다. 그냥 5만원이 그대로 자본으로 쌓인다고 보자.

그렇다면 2년차에 나의 자본은 15만원으로 늘어났다. (창업 당시 투자 금액 10만원+1년차 5만원)

그렇다면 1년차와 동일한 ROE 50%를 창출하기 위해 2년차에는 7.5만원을 벌어야 한다.

1년차의 5만원 대비 50%를 더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ROE의 지속적 성장은 쉽지 않다.


그러면 나의 배달 ROE는 얼마일까?

내가 배달을 하기 위해 투자한 것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자전거 구매 금액"과 "나의 시간"이다.

전기자전거는 60만원 남짓 주고 구입했다. 이는 내가 회사를 창업하여 운영하기 위한 기계 장치를 구매한 것과 동일하다.

문제는 나의 시간 가치 환산이다. 주말에 나는 배달을 하지 않고 약속이 없다면 집에서 넷플릭스를 본다. 

다음 한 주를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명분으로...

하지만 그 에너지를 소진시켜 배달에 투입한다고 가정했다. 

내가 배달을 수행하는데 투입하는 시간당 가치는 얼마일까?


나는 아래와 같이 생각했다.

우선 나는 한 달에 배달을 총 6회 한다고 가정했다. (금요일 5시간, 토요일 8시간, 일요일 8시간)

한 달에 42시간을 배달하는 것에 나의 시간을 투입한다. 1년이면 504시간이다.

나의 시간당 가치는 단순하게 회사 연봉을 기준/365/24로 계산했다. (편의상 세전 기준으로 계산)

대락 16,000원인데 해당 시간을 배달 504시간 투입했다고 본다면 약 806만원이 나온다.


나는 배달을 하기 위해 약 870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A 회사 창업을 위해 870만원을 투입한 것과 동일)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소득이다. 

금요일 5시간, 토요일 8시간, 일요일 8시간을 투입하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30만원 이상은 벌어왔다.

30만원으로 보면 한 달에 60만원이 배달을 통해 형성되는 수입이며, 1년이면 약 720만원이다.


그렇다면 ROE는? 720만원/806만원 = 89%가 나온다.

물론 중간 중간 전기자전거 수리비가 빠져있지만, 1년간 전기자전거 유지비 30만원을 고려해도 ROE는 86%가 나온다.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회사들 중 이 정도 ROE를 뽑아주는 회사는 없다. 

(재무상황이 안 좋아 감자를 진행한 회사는 제외)


문득 나의 배달 ROE는 얼마인지가 궁금했는데 이 정도의 ROE라면 나에게는 아주 훌륭한 투자 활동으로 보여진다. 

다만, 내가 배달에 투입하는 일수를 늘리고 수입까지 늘리지 않는 이상 분자의 영역은 상승할 가능성이 제한되어 있고 회사에서의 시간당 소득은 최소한 물가 인상률 수준만큼은 올라갈 것이기에 지금의 86~89%가 전기자전거 배달에서의 나의 ROE 최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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