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리뷰 : 실존의 관점에서

단종의 삶을 바라보며

by 로즈마리


단종은 유배를 가서 꿈을 꾼다. 자신을 지키려 했던 신하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짓밟는 한명회의 발길에 ‘저는 어떻게 됩니까’ 라는 물음을 물을 수 밖에 없었던 수치심이 자신에게 피를 토해내는 귀신이 된 대신들 꿈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지독한 PTSD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단종의 고난으로 얼룩진 삶에서 그를 살린 건 순수한 사랑과 연대의 힘이다. 음식으로 표현된 순수한 사랑으로 마을 사람들과 연대되자 내면의 상처는 치유되고 회복이 된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단종은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동안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단종이 금성대군에게 쓴 편지로 자율적인 삶을 선택한 단종으로 거듭난다.

단종복위운동은 실패로 돌아가지만 영화에서 표현된 단종의 눈빛은 실패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에는 자유와 확신이 새겨져 있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삶에는 책임은 따를지언정 후회와 비탄이 아니라 자유와 확신,평온이 뒤따른다.


확신으로 바뀐 삶의 단종이기에 죽음 또한 자율과 연대로 마무리한다. 단종은 수동적으로 사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마무리 또한 자신이 선택한다.

자살이 자기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해하려는 마음이라면 단종은 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사약을 먹고 죽는 수동적인 죽음 또한 거부한다.

대신 그는 깊은 마음을 나눈 엄흥도에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여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엄흥도는 그게 유일한 방법임을 알았을 것이다.


삶의 마지막까지 자율과 연대를 선택하고 책임진 단종. 단종의 죽음은 슬프지만 단종의 삶의 결과는 슬프지 않다. 진정한 자유와 확신으로 가득찬 그의 삶은 영화를 통해 우리의 삶에 묵직하게 전해진다.


영화에서 그려진 그의 고귀한 선택에서 전해진 실존의 마음을 아로새겨 오늘 나의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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