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 위안소기념관:
소녀상 모독, 중국이었다면 막바로 감옥행?
1. 주말의 활기찬 기운이 감도는 도심 한복판, 우리는 기괴한 풍경과 마주한다. 누군가는 평화의 소녀상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우고, 누군가는 그 앞에서 조롱의 춤을 추며 입에 담지 못할 모독을 쏟아낸다. 이 서늘한 도발 앞에서 시민들의 공분은 뜨겁게 끓어오르지만, 정작 그들을 가로막는 법의 벽은 차갑기만 하다.
2.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마주한 이 무력감의 정체는 역사를 '인격'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우리 법체계의 빈틈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영혼이 깃든 상징이지만, 법전 위에서는 그저 10만 원짜리 과태료로 치부되는 '경범죄'의 대상일 뿐이다.
3. 이 비극적 현상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중국의 '정신일본인(精神日本人)' 이라는 단어 속에 있다. 2018년 중국 난징의 항일 유적지에서 일본군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린 중국청년들을 향해 중국 사회가 던진 이 이름은, 제국주의를 미화하며 자국 영웅을 조롱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정신일본인'이라는 사회적 낙인이다.
4. 당시 중국 역시 이들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구류 15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항일 순국 선열에 대한 진정한 보호는 시민의 분노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필요 없을 만큼 단단한 '제도'가 될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5. 즉,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가적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처벌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중국은 사건 발생 단 두 달 만에 '영웅열사보호법'을 제정하며 실제로 그런 틀을 만들어냈다.
6. 여기서 역사를 대하는 동양적 관점의 흥미로운 접근방법이 등장한다. '표현의 자유'를 개인의 천부적 권리로 보는 현대적 시각과 달리, 이 법은 역사를 공동체의 '공공 자산'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중국은 유족이 없어도, 혹은 소를 제기하지 않아도 검찰이 직접 '공익소송'을 제기한다. 국가가 역사의 대변인이 되어 부패한 기억을 도려내는 '법적 백신'을 놓는 셈이다.
7. 그런 의미에서 2015년 난징 도심 한복판, 가장 비싼 땅 위에 세워진 '위안소 기념관'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경제적 논리라면 빌딩이 들어섰을 그 자리를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한 것은, 부패한 망각이 일상의 관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곳 전시관에 놓인 중국 소녀상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라는 장벽 앞에서 주저하는 우리의 모습과 극명히 대비된다.
8. 숫자는 국가의 의지를 증명한다. 한국 국회에서 관련 처벌법이 발의되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중국은 2018년 법 제정 이후 단 몇 년 만에 '정신일본인' 관련자들을 형사 처벌하며 '기억의 질서'를 바로잡았다.
9. 중국이 두 달 만에 법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단순한 분노가 아닌 '국가적 윤리'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소녀상 모독 사건들은 역사를 어떤 언어로 기록하고 어떤 제도로 보호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숙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10. 여행자는 중국 난징 ‘위안소기념관’에서, 그리고 역사의 갈림길에서 다시 질문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타인의 고통을 비웃는 '자유'는 과연 정당한가.
우리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주저하는 동안, 중국이 세운 법적·물리적 장벽은 어떤 모습인지 영상으로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