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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 Feb 18. 2022

156일 아기와 단둘이 첫 장거리 비행

13시간 30분 디트로이트-인천 델타항공 직항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  아기가   써뒀던 노트 공유합니다. 아기와의 비행이 걱정돼서 후기 많이 찾아본 엄마로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공유하지만, 기록 목적의 노트였기 때문에 반말체입니다.


돌 전 아기와 엄마 단둘이 장거리 비행 경험담을 찾아봤을 때 힘들었다는 글이 대부분이다. 비행 전 딱 한 명, 아시는 분이 갓난아기는 비행기에서 잘잔다고, 자기 패턴 따라서 먹고, 놀고, 자고 할 거다 걱정마라고 조언해줬다.


아기와의 첫 비행이 당연히 힘들지만 그 힘듬의 정도가 궁금하다면 아기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면 짐작이 될 수 있다. 아기가 집에서 많이 보채거나, 낮잠을 못 자거나, 밤잠을 푹 못 잔다거나, 우유를 잘 안 먹는다거나, 짜증이 많거나, 울음이 많으면 비행기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집에서 패턴에 맞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기는 비행기에서도 그 패턴에 맞춰서 좀 더 수월한 비행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집 아기는 후자에 속해서 아기와의 단둘이 비행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용기를 북돋고자 한다.


오미크론과 자가격리, 추운 겨울과 고립, 아빠와 아기의 유대관계 형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2월 10일 아기가 5개월이 되었고 급 결정으로 이틀 뒤 12일 비행기 티켓팅을 했고, 11일 두 개의 월그린 지점에 ID Now로 각 각 오전 9:30, 11:30으로 코비드 테스트 예약을 했다. 첫 번째 테스트 음성결과가 1시간 후에 나와서 두 번째 테스트는 캔슬.


오후 12시 반 비행기로, 9시 50분쯤 남편이 공항 출발장 앞에 내려줬고 작별인사를 하고 체크인하고 수화물 맡기러 데스크로 간다. 2세 이하는 무료라고 해서, 델타 앱으로 내 티켓만 끊었는데 아기 세금을 내야 한대서 비행기 값의 10프로인 320불 정도 추가로 결제하고, 짐 맡기고 체크인 데스크에 베시넷 자리 원한다고 하니, 시스템에 요청해놨지만, 게이트 앞 직원에게 다시 이야기하라고 한다. 혹시 다른 아기도 있냐고 물어보니 전산상에는 아기 없다고 해서 안도하며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아기는 카시트와 그랩 앤 고 스트롤러에 태워서 엑스레이 앞에 선다. 엑스레이 들어갈 때는 직원이 프로토콜에 따라서 하나하나 다 도와주는데, 엑스레이 지나고 나니 도와주는 직원은 없다. 아기를 한 손으로 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랩 앤 고 스트롤러 펴서, 카시트를 장착해서 아기를 태워서 간다.


게이트 직원에게 베시넷 자리로 바꿔달라고 해서 40E 티켓을 새로 받고 보딩을 기다린다. 수유실은 따로 없고 대충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수유를 한다. 한참을 사람 구경하며 놀다가 보딩 시작할 때쯤 되니 이제야 잠이 오는지 눈물 없는 울음, 고함지르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울면서 들어가면 시작부터 완전 민폐다 싶어 스트롤러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끌며 아기를 재운다. 스르륵 잠든 아기를 확인하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스트롤러는 맡기고, 카시트는 떼서 카시트에서 자고 있는 아기와 보딩을 했다. 델타 프리니엄 셀렉트 좌석 복도가 엄청 좁아서 무한 익스큐즈미를 외치며 카시트로 겨우 누군가의 팔을 스치듯 베시넷 자리로 간다.


자리에 도착하니 직원이  옆자리에 카시트를 장착하는  도와주는데, 비행기 안전마크가 있어야 장착 가능하다며  표시를 찾고 찾다가 뒤편에 있는  확인하고 장착해주고 갔다. 잠시 자고 일어났다고, 금세 기분 좋아진 아기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방긋방긋 웃는다. 이륙할 때까지 아기를 안고 모유를 주는데 추워서 그런지  번이고 게워낸다. 한국에서 돌아올 때는 털모자 말고, 얇은 편안한 모자를 하나 들고 타야겠다. 속이  좋은  같기도 하지만 이퀄라이징을 위해 계속 모유수유를 했고, 이륙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베시넷을 장착시켜주었다.


베시넷은 중간자리 말고 복도 쪽으로만 2개라 있기 때문에 아기 머리를 복도 쪽으로 눕히기엔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코로나로 불안하고, 중간자리 쪽으로 눕히자니 아기 얼굴 바로 위로 엄청 밝은 조명이 있다. 너무 밝아서 한국인 승무원에게 조정하거나,   없냐고 물어보니 비상구를 위한 조명이라고   없다고 해서 계속 얼굴 위에 애착 이불을 살짝 덮어서 불빛을 가려줬다. 나중에 저녁 7시쯤 미국인 승무원이 와서  꺼줄까 먼저 물어봐줘서 가능하냐고 하니 가능하다고 불을  꺼줬다. 덕분에 지금  12시인데 8시부터   자는 !


비행   번도 울지 않고, 엄마 다리 위에서 계속 배로 누워서 장난감이랑, 물병이랑, 플라스틱 봉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자세 바꿔서 앉혀주고,  터미 타임 했다가 지루해하면 일어나서 뒤에 보게 했다가, 다시 앉아서 모유 수유해서 자게끔 유도하고를 반복. 엄마 다리 위에서 이리저리 자세 바꾸는  불편하기도 하고 피곤하고   때쯤 배시넷에 눕혀놓고 피카부 놀이하고  마주치며, 손잡고 아기만 들을  있는 개미 목소리로 노래 불러주니 잠시는  놀았지만 그렇게 잠들고 싶진 않은지 진짜 잠이  쯤엔 소리를 지르려고 시동을 걸길래 바로 베시넷에서 꺼내서 모유 먹이면서 품에서 재웠다가 잠들면 베시넷에 옮겨놓고를 반복했는데 다행히 8시가 되니 배시넷에서 밤잠이 든다. 비행기에서도 밤잠  잠자는  완전 감동이다. 보통 집에서도 꿈수 포함해서 12-13시간 자는데 비행기에서도 자기 패턴 맞춰서 놀먹잠 하다가 8 되니까 밤잠을 자고 착륙 준비한다고 베시넷을 분리하는 1시까지 5시간 정도 잠들고 일어나서 착륙을 기다린다.





인천에 도착하니 아기스트롤러 보고는 승무원 줄로 입국 수속을 빨리하게 해주는 한국의 유연함! 그렇지만 pcr테스트받으러 한국 보건소 가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보건소  천막에 전산업무 하는 공무원은  사람인데 6 정도의 사람들이 양사 방으로 벌떼같이 다다닥 붙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민원을 넣어댄다.  공무원, 한국인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앞에서  하던지 뒤에 묵묵히  서서 기다리는 미국인의 인내심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디트로이트-인천 비행 13시간 30분에 인천-부산 자차로 6시간 거의 20시간의 대이동 끝에 집에 도착하니 아기는 비몽사몽 며칠을 쿨쿨 하루 종일 잠을 잔다. 검사 결과는 둘 다 음성, 고생했어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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