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잘안 Feb 27. 2022

아들의 목소리가 그리운 밤

14살 아들과 정서적 분리가 느껴지는 순간

수다스러운 장남은 삶의 모든 순간을 나와 나누었다.

싸움,분노,연애,기쁨,비난,소망 등등

아들과 나는 모든 신경 세포가 연결된 마냥, 감정과 일상을 나누었다.


아들의 아픔을 들은 날은 내 몸이 아팠고,

아들의 기쁨을 들은 날은 설렘으로 잠을 설쳤다.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 사춘기가 되면, 정서적으로 부모보다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게 정상적인 발달 단계야..애가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도록 네가 분리를 좀 시켜"


내 마음대로 되지않는 정서적 올무처럼 느껴져 가끔 아들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 연결을 끊을 생각은 사실 1도 없었다.




아들의 푸념 섞인 일상 공유..그 목소리가 완전히 끊겼다.

출국한지 9일차.

아들의 목소리는 그간 30분도 듣지 못했다.


하교 때도, 하원 때도, 친구들과 놀다 돌아올 때도 항상 일상을 공유하던 아들이었는데...

온 몸이 느끼도록 통화 횟수가 줄어버렸다.


함께 출국한 친구들은 통화 가능 시간만 되면 수시로 연락을 준다는데, 우리 아들은 감감 무소식이다.


"너 닮아서 인정머리가 없구나."

"잘 됐다. 이제 서로 분리가 좀 됐나보다."

"전화 사용시간마다 다른 데 연락하나? 아님 오락하나?"


프로 참견러들의 각종 의견을 수렴하며 위로하고 있지만,서운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아들의 전화가 가능한 밤시간.

녀석의 연락을 기다리다 밤을 새버렸다.


그토록 지긋지긋하다던 아들의 푸념이, 너무 빨리 끊겨버렸다.

독립적인 삶을 살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막상 물리적 정서적 독립이 느껴지니 슬픔이 복받친다.


아들을 장가보낸 시어머니의 외로움을, 뜻밖에도 너무 일찍 공감해버렸다.

내 아기였던 아이가 벌써 남자로 변해버린 걸까?


독립의 희열에 서서히 젖어가길 바랬던 것조차 모두 나의 이기심이었음이 아프도록 부끄럽다.

나의 감정으로 아이의 독립을 옭아매지 않도록 나를 독립시킬 때가 성큼 다가왔다.

작가의 이전글 왜 되지? 44살 첫 스케이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