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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Apr 25. 2022

코로나 격리자들과 세상을 연결한 "6살 메신저"

슈퍼 항체 집단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집에도 뒤늦은 코로나 바람이 불었다.

오한으로 흑염소까지 먹기 시작한 내 병명은 '코로나 양성'이었다.

내 뒤를 이어 둘째 아들도 확진이 되자, 남편은 일찌감치 짐을 싸서 회사 근처 숙소로 달아나버렸다.


엄마의 확진 소식을 들은 6살 막내딸은 세상 다 잃은 자태로 엎드려 통곡을 했다.

"싫어 싫어, 나도 양성할래. 나도 아플거야!!!!!"

엄마와 떨어질 수 없다며 자가격리를 자처했다.


그렇게 곧 양성 확진을 기다리며, 막내딸은 양성 좀비들 사이에 남게 되었다.




우리의 확진 후 이틀, 삼일이 지났다.

둘째가 고열과 구토로 수액치료를 받으며, 막내는 두 번이나 신속항원검사를 더 받았다.


여전히 음성.

"내가 장난감이냐, 도구냐!! 왜 자꾸 찔러!! 아프다고 그만해!!"

당찬 6살의 포효를 들은 의사는 빙그시 웃으며,

증상이 없으면 더 이상 찌르지 말라고 했다.


"나 음성이야, 나만 음성이니까 난 마음대로 해도 돼"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코로나 음성인 자'.

막내딸은 이렇게 우리와 세상을 잇는 메신저로 거듭났다.




과자가 먹고 싶다는 오빠의 주문을 접수하고, 그녀는 집을 나섰다.

영상전화를 켜고 신용카드를 들고, 편의점에서 당차게 결제를 마쳤다.


오락기를 하고싶은데 배터리가 없다고 서운해하는 오빠를 위해, 그녀는 또 나섰다.

역시 성공이었다.


종이 쓰레기가 넘친다고 투덜대는 엄마를 위해 그녀는 총대를 맸다. 소독제 범벅이 된 종이 쓰레기들을 깔끔하게 분리수거장으로 옮겨줬다.


자신의 역할에 너무도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음성인 메신저, 6살이 이렇게 사명감을 즐기며 사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딱히 할 심부름이 없던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 미션을 만들었다.


"엄마. 너무 답답하지?"

"응..진짜 답답하다..날씨도 이렇게 좋은데말야.."

"잠시만 기다려~~~"


횡하니 달려나간 딸은, 잠시 후 '감동'이라는 단어로 부족한 선물을 들고 왔다.






"엄마가..못나가니까..얘들 데려 왔어~엄마, 꽃  보니까 좋지?"


요즘같은 봄날 지천에 널린 꽃들이고, 1층 사는 우리는 베란다  문만 열어도 만질 수 있는 풀들인데..

딸의 작은 손에 딸려온 이 녀석들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품은 유일한 꽃과 풀 같았다.


"어머..공주야...엄마 너무 감동이야, 정말 고마워. 넌 천사야 엄마 천사~"




꽃보다 더 예쁜 내 아기.

그녀가 있어, 삭막하고 지루할 수 있었던 격리 기간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과 여유'로 가득한 시간이 되었다.


격리 해제 1일 전.

여전히 음성인 그녀를 보며,

'네가 나를 지켜준 것처럼, 나도 영원히 너를 지켜주겠다'는 뜨거운 고백을 해본다.


수고하고 애쓴 천사같은 딸을 끝까지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가 13년째인데, 여전히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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