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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Apr 28. 2022

아들들의 덤덤한 소통 방식(사례)

사건 사고의 현장에 있어도...

아들들은, 분명히 엄마인 여자와 차이가 있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수시로 친정 엄마를 찾는 나와는 너무 다른 어떤 아들들의 이야기가 있다.




몇 달 전,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홈플러스 주차장 추락 사건>이 있었다.

주차장 벽을 뚫고 자동차가 고층 주차장에서 떨어진 것이다.

대낮에 혼잡한 도심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 걱정 슬픔을 느꼈던 일이었다.


그 사건 현장에 지인의 아들이 있었다.

20대 중반인 아들은, 추락한 자동차의 바로 반대 차선에 신호 대기중이었단다.


뉴스 속보를 접하며, '세상에, 세상에'를 외치던 지인은 아들이 그 현장에 있던 것을 알지 못했다.

늦은 밤 귀가한 아들은, 지인의 요란한 수다에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한다.


"아 맞다...나도 거기 있었어요. 그 바로 옆 차선에..창문으로 차가 훅 떨어지는 거 보고....와....좀 놀랐어요...."

"뭐?! 니가 거기 있었다고? 헉...."


다리에 힘이 풀린 지인은, 기절을 한 것인지도 몰랐다.

직업 특성상 죽음을 가까이서 보는 일이 많던 지인이지만, 갑작스런 사고가 내 신변에 일어난다는 상상은 누구에게라도 공포일 것이다.


"어째서 아들들은 그 순간에 전화 안할까요? 나 같으면, 그 즉시 남편이나 엄마한테 전화할 것 같은대요.."

나의 예리한(?) 지적에, 그런 아들만 둘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첫째 아들의 학교 근처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총기로 서로를 위협하며 몸싸움이 일어났고, 2명은 병원으로, 범인(?)들은 경찰서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단다.


사건 정황은 소식통들을 통해 듣게 되었다.

아들과  통화는 일주일에 4번, 메일은 수시로 가능한데, 아들은 단 한 번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른 나는, "너도 그 일 알아?"라고 물었다.

"어? 아!! 그래 총 사건. 알지~~ 나 바로 옆에 있었거든. 와..둘이서 총을 들고 막 욕을 하며 싸우는데...와 겁나 놀랬지"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왜 말하지 않았냐는 다그침에, '지금 말하잖아'라고 '맞는 말'을 하는 아들.

그렇게 큰 사건을 왜 이제야 말하냐는 말에,

"엄마가 지금 물어보니까....."

라는 무덤덤한 대답.




그렇구나.

이게 아들의 한 부분이구나..

모든 남자들이 다 이렇진 않겠지만,

아마도 다수의 아들들은..

엄마가 기대하는 리액션과 피드백, 소식 전달력의 기능이 없는 게 아닐까?


재잘재잘 참새처럼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딸에게 "제발 말 좀 그만해"라고 말하는 나도, 친정 엄마와는 전화기에 눌린 귀가 아플 때까지 내 신변을 털어야 시원하다.


바로 옆에서 차가 떨어지고 총을 겨누는데도, '와. 놀랍다'로 상황이 종료되는 아들들.

궁금하다면, 내 눈으로 살아 돌아온 그 모습을 직접 보며, '무사한 하루'를 보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재잘재잘 하루를 털어내는 기능은 없는 게 분명하다.


이것이 아들들의 소통 방식인가보다.

첫째 아들 14년차에,겨우 30프로는 적응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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