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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Jun 08. 2022

나는 나약한 엄마입니다.

한 번 살아보겠다고 상담을 신청하고 책도 읽고 부모교육도 참석하며, 두 달을 달렸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대하는 내게 많은 장애가 있음을 보게 되었다.

첫째, 나는 사회적 관계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둘째, 나는 정서적 불편함에 대해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다.

셋째, 나는 지극히 독립적이고 자립적이라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나는 나와 너무 다른 아이를 대할 때 죽을 듯이 힘들었고, 어딘가로든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 현실에서 끝없이 부딪혔고, 참는다고 참은 내 마음이 숯덩이처럼 타버린 것이다.


주변의 강인한 엄마들을 볼 때면, 발바닥 끝에서부터 부러움이 끓어오른다.

남편의 몫까지 혹은 자녀들의 아픔까지 모두 척척 감당해내는 엄마들을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것인지 한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내 몸이 아파서라도 힘이 다 빠지면,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내려놔질까?

포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건강한 인간으로 양육한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지...






신은 왜 이런 내게 세 명의 자녀를 허락한 것일까...

성격적으로 기질적으로 어떤 것도 육아의 체질이 아닌 내가, 왜 사회생활보다 가정에 큰 비중을 두는 직책을 맡게 된걸까?


작정 기도기간이 중반까지 이르렀다.

내 힘을 빼는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오늘도 아이와 뼈 아프게 부딪히며, 참다 참다 소리 지른 내 자신이 미워진다.


태연하게 앉아 자신의 세계에서 평온해하는 아들이 밉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말려든 내가 더 미울 수도.....



나약한 엄마이기에, 내가 무엇도 해줄 수 없기에..

겸손하게 엎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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